"새 엄청 많습니다" 참사 여객기 블랙박스에 담긴 다급했던 75초
조류 충돌 소리 직후 조종사들 15초간 비상 매뉴얼 시행
김소희 의원 "조종사 실수로 몰아선 안돼…국정조사로"
- 서충섭 기자
(무안=뉴스1) 서충섭 기자 =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당시 사고 여객기 조종사들이 새 떼 충돌 직후 15초 남짓한 시간에도 다급하게 비상 매뉴얼에 따라 비상착륙을 시도한 블랙박스 음성 기록이 처음 공개됐다.
10일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소희 국회의원(비례대표)이 확보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의 공청회 자료집에는 사고 당시 조종사들의 대화 내용이 담겼다.
항철위는 여객기 사고를 △조류 △방위각 시설 △기체 △엔진 △운항 △인적요인 등 세션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이 중 인적요인 섹션에 사고 당시 75초간 조종사들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블랙박스 분석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자료집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8시 58분 11초에 새 떼를 발견한 부기장이 "새(Bird)"라고 말한 후 "밑에 엄청 많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사조위는 이때 활주로에 접근한 가창오리 무리 규모를 5만 마리로 분석했다.
조종사들은 58분 20초엔 착륙을 포기하고 '복행'(Go around)을 선언했다. 6초 후인 58분 26초에는 조류와 충돌하는 듯한 '퍼벅' 소리와 함께 기장의 짧은 탄식이 블랙박스에 담겼다.
엔진 추력을 낮추면서 기수가 낮아지자 조종사들은 58분 35초에 '치명적 손상'(Severe damage)을, 36초에는 '비상조치'(Memory Item)를 잇따라 선언하며 비상매뉴얼에 따른 절차를 15초간 수행했다.
당시 조종사들은 엔진 출력 조절 스로틀을 수동으로 바꾸고, 한쪽 엔진을 끄고 화재차단 스위치를 작동했다.
58분 50초 때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 모두 작동을 멈췄다. 58분 56초에 '메이데이'를 선언한 사고 여객기는 9시 1분께 관제탑과 교신을 통해 활주로 비상착륙을 진행했다. 이후 9시 2분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했다.
자료집에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로컬라이저와 로컬라이저가 설치됐던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분석도 담겼다.
방위각시설 항목에 따르면 '공항안전운영기준 제109조에는 정밀접근활주로 착륙대 끝에서 240m 내에는 항행목적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시설 및 장비가 없어야한다'고 명시됐다. 항철위는 무안공항이 이 기준은 충족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항행목적상 설치하는 시설 및 장비 등은 부러지기 쉬워야 하며 가능한 한 낮게 설치해야 한다'는 기준은 충족되지 못한 것으로 봤다.
김소희 의원은 "항철위 보고서는 이번 참사를 여러 각도에서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조종사 책임으로만 몰 것이 아니다"며 "국정조사에서 항철위 조사까지 포함해 사고 원인을 면밀히 규명해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유족들도 항철위의 조사 내용에 대해 "항철위가 조종사에게 사고 책임을 넘기고 콘크리트 둔덕을 조성한 국토교통부의 책임을 축소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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