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붉은 말의 해…질주하는 말띠들의 새해 각오

군인·간호사·공무원·교사·직장인…본연의 자리서 묵묵히 질주
"성과보다 방향을 묻는 새해" 병오년 힘찬 다짐

해안 경계 작전 임무를 맡고 있는 육군31보병사단 소속 김동일 중위(진).(31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

(광주=뉴스1) 최성국 박지현 기자 = 질주와 전환, 변화를 의미하는 2026년 붉은말의 해가 떠올랐다.

숨 가쁘게 한 해를 달려온 말띠들은 자신이 현재 어디쯤을 질주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면서도 새롭게 달려갈 방향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2002년생 말띠인 육군31보병사단 소속 김동일 중위(진)는 새해 첫날인 1월 1일 전남 여수 향일암 인근 해안소초를 지킨다. 시민들에게 향일암은 '새해 일출 명소'이지만 김 중위(진)에겐 '국가 방위의 사명'을 다해야 하는 근무지다.

지난해 임관한 김 중위(진)는 강추위 속 밤샘 근무에도 군인으로서의 자긍심에 마음이 따뜻하다고 했다.

김 중위(진)는 "전우들과 함께 국민의 삶의 터전을 지킨다는 자긍심으로 해안에서 경계 작전 임무에 매진하고 있다. 새해에도 적토마처럼 흔들림 없이 달리며 호남의 든든한 수호자이자, 따뜻한 동반자로서 끝까지 책임을 완수하겠다"며 "국민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곡성 전남조리과학고 2학년 담임인 유고은 씨(36·여)는 지난 한 해를 "후회 없이 달려온 시간"으로 기억했다.

서양조리를 담당하는 10년차 교사로 그는 제자들에게 양식기능사 과정 전반을 가르치며 "아이들이 더 좋은 현장으로 취업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3학년 과정에서는 고급 양식 수업도 맡고 있다.

곡성 전남조리과학고 2학년 담임인 유고은 씨가 여름방학 기간동안 카자흐스탄 여행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

26살에 교단에 선 뒤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지난해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다. 친구들과 카자흐스탄으로 여행을 다녀오며 자연 속에서 힐링했고 가족과도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유 씨는 "정신없이 살다 보니 새로운 인연도 많이 생겼고, 삼십대 중반의 지금이 꽤 행복하다"고 말했다.

말띠 해를 맞은 새해 소망은 담담하다. 그는 "큰 기대보다는 일상의 작은 행복에 만족하고 싶다"며 "주어진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의 동갑내기 말띠 간호사는 '신뢰와 감동을 드리는 간호사 최윤주'가 신년 목표다.

2013년 1월 화순전남대병원에 입사한 그는 중앙간호사실 업무를 맡아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환자들의 쾌유를 돕고 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최윤주 간호사

최 간호사는 "2026년은 영리하고 역동적인 말의 해"라며 "환자들에게 더욱 활기찬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바쁜 현장 속에서도 동료들과 서로 존중하고 의지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2026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맡은 업무를 명확히 수행하며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키워가고 싶다. 저를 믿어주는 모든 분께 신뢰와 감동을 드리는 간호사 최윤주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가영 씨(23·여)는 지난해 김해공항 내 F&B 매장에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많은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지만 주변의 따뜻한 응원과 도움 속에 무사히 적응할 수 있었다.

공항이라는 낯선 환경도 처음엔 버겁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하루의 큰 활력소다.

이 씨는 "지칠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해였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2026년 새해를 맞는 이 씨의 소망은 건강하고 뜻깊은 20대를 보내는 것이다. 특히 더 많은 나라의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며 경험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1978년생 말띠 공무원 김동우 팀장은 '새해 목표'를 묻자 "내년 이맘때쯤엔 민원인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실력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청에 근무하는 그는 "지난해엔 정신 없이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며 "올해는 이런 점을 보완해 하루 경험을 5분이라도 일기 형식으로 작성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광주 남구청 김동우 팀장.

공직에 발을 들인지 올해로 20년차인 그는 "각종 업무를 함께 헤쳐나가는 팀원들에게도 너무 고맙다. 서로 바쁘다보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작은 것에도 감사한 마음을 가져주기 때문"이라며 "새해엔 기분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장이자 가족들과 함께 등산을 다니며 건강도 챙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염원했다.

여수산단에서 근무한 이석호 씨(60)는 30년 넘게 몸담아 온 직장을 곧 떠난다. 오랜 시간 익숙했던 출근길을 내려놓는 마음은 "시원하면서도 섭섭하다"고 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아이들 다 키워냈고, 맡은 일은 끝까지 해냈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퇴직 이후의 삶은 이미 준비 중이다. 전남 여수에서 온 가족이 함께 운영할 작은 카페를 열기 위해 요즘은 공사 현장을 오가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가족이랑 같이 일하면서 하루하루 사람 만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생 2막은 조금 느리게, 하지만 즐겁게 살 계획이다. 카페 운영에 집중하는 한편 평소 배우고 싶었던 색소폰도 다시 손에 잡을 생각이다. 이 씨는 "이제는 성과보다 하루가 잘 흘러갔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며 "남은 시간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아보려 한다"고 웃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