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변경' 반복에 사전 '붕괴 우려' 지적까지…예견된 광주 붕괴 참사
터파기·자재·트러스 설치까지 '설계 변경' 반복
경찰, 관리 부실 의혹에 입건 확대 수사
- 최성국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박지현 기자 = 붕괴 사고로 4명이 숨진 광주대표도서관은 최초 설계도와 달리 터파기부터 48m 장경간 트러스 설치 공정까지 난맥상을 보이며 설계 변경이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시공 전반에서 관리 부실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 당초 입건한 4명 외에 추가 입건에 나서며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30일 '광주대표도서관 건립 사업 건축공사 실정보고 검토보고안'에 따르면 광주대표도서관 건축공사는 2022년 9월 5일 착공 이후 7차례 건축공사 설계변경이 이뤄졌다.
지난해 8월에는 지하1층 PIT 시공 방식이 당초 오픈컷 터파기에서 자립식 흙막이 공법으로 설계 변경됐다. 공사현장의 토질이 자갈 섞인 모래층으로, 지하수로 인한 사면 붕괴·시공된 파일의 전도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당시 건설사업관리단과 보고자는 현장 확인을 통해 "토질이 불량해 붕괴 우려가 있고, 기존에 시공된 PHC 파일이 전도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PHC파일은 지반 깊숙이 설치하는 콘크리트 말뚝으로 건축물의 기초를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4개월 뒤에는 지하1층 일부 구간에서 연암이 발견됐다. 시공사 측은 앞서 설계된 PHC파일 시공이 일부 불가능해지자 지반을 천공한 후 파일이나 철근을 심는 마이크로파일 공법으로 변경했다.
당초 설계상 사용하기로 한 '인피니 데크' 자재도 단종돼 올해 4월 S데크를 사용하기로 바꿨다.
광주대표도서관은 탁 트인 시야 확보를 위해 보와 보 사이를 넓게 하는 장스팬 공법, 지지대가 사용되지 않는 특허 공법이 적용됐다.
이 공법은 외부에서 길이 48m의 데크(모듈)를 제작해 이를 기둥 상단부에 올리는 식이다. 3개 모듈은 볼트, 용접 등으로 연결·조립해 168m 길이 이색 건물을 건축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3개 모듈 중 가운데 모듈은 지난 11일 오후 1시 58분쯤 콘크리트 타설 도중 붕괴돼 근로자 4명이 매몰됐다. 이들은 46시간 만에 소방당국에 의해 수습됐으나 모두 숨졌다.
당초 설계도서상 트러스 가설방법은 구조물 기초 타설, 트러스기둥 설치 완료 후 건축물에 크레인을 인접시켜 1개당 60톤짜리 트러스 모듈을 가설하는 일반적 방법을 적용했다.
실제로는 공장에서 24m로 제작된 후 공사현장에 옮겨져 48m로 조립되는 방식으로 공사가 이뤄졌다.
이 철골 트러스를 조립하기 위해선 기둥과 기둥 사이에 24m 부재를 연결·지지하기 위한 가설벤트 설치가 필요했고, 올해 5월 이 장경간 철골 트러스를 조립하기 위한 '가설벤트 설치'가 결정됐다.
가설벤트는 공사 중 구조물을 임시로 지지하는 임시 구조물로, 골조가 충분히 강도를 갖추기 전까지 벽체, 슬래브 등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설계사무소는 '현장여건상 건축물에 크레인 인접이 어려워 가설벤트 설치가 필요할 경우 감독관과 협의 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광주시종합건설본부 관계자는 "현장엔 가설벤트 14개 가량이 설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설벤트 설치는 구조안전성을 위한 것으로 이번 붕괴 원인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1월에는 데크플레이트 골부분과 외단부에 필요함에도 수량산출서에 반영되지 않은 콘크리트 853.33㎡를 추가 반영했다.
한편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시공사 등 공사 관계자들을 추가 입건해 설계 변경과 시공·감리 과정 전반의 관리 부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war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