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참사 1년] 경찰 '복합 원인' 규명에 수사력 집중
사조위 압수물 직접 분석…국과수 충격량 자료 확보
조류·공항 운영과실 책임 더해 콘크리트 둔덕 정조준
- 최성국 기자
(무안=뉴스1) 최성국 기자 =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12·29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형사처벌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경찰 수사가 1년째 이어지고 있다.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수사'를 천명한 전남경찰청 수사본부는 혐의가 드러난 피의자를 개별 송치하기보다 명확한 책임 규명을 거쳐 입건자 전원을 일괄 송치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24일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6일 항공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을 세분화해 분석 중이다.
사조위 압수물 분석을 위해 기존 9명이었던 전담 수사팀 인력도 26명으로 대폭 보강했다.
경찰 수사에 있어 국가 감정기관의 '사고 원인 규명'은 핵심 절차로 꼽히지만,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을 조사하는 사조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수사 장기화 국면이 초래되는 모양새다.
경찰은 관련법을 이유로 사조위가 임의제출하지 않은 각종 자료 등을 강제 수사로 확보해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여객기와 콘크리트 둔덕 충돌 간의 충격량 분석 등을 담은 자료도 넘겨받아 함께 분석하고 있다.
이들 분석이 마무리되면 경찰은 사조위의 공식 사고 원인 공표를 기다리지 않고도 피의자별 책임소재를 자체 결론낼 수 있을지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은 잠정적으로 이번 참사 원인을 단순 과실이 아닌 조류 관리 미흡, 공항 운영 소홀, 지침에 맞지 않는 콘크리트 둔덕 설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고려해 혐의가 입증된 피의자를 별도 송치하지 않고 입건된 44명을 일괄 송치한다는 계획이다.
입건자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 전·현직 국토부 공무원, 한국공항공사 관계자 등 44명이다. 이들은 관련 업무에 소홀히 해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제주항공 2216편 사고를 낸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을 받고 있다.
이 중 사고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둔덕형 로컬라이저 시설 관련자가 23명으로 과반에 달한다.
여객기가 충돌해 폭발한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는 둔덕 안에 높이 1.96m, 길이 3m의 콘크리트 격벽 19개가 촘촘히 들어서 있다. 이후 시설 개량을 이유로 콘크리트 상판(길이 42m, 폭 4.2m, 높이 0.7m)을 덧붙였다.
무안국제공항은 정밀접근활주로에 해당해 방위각 시설이 설치되는 지점까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하는 별도 규정에 포함되고, 종단안전구역에 설치되는 물체는 항공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최소 중량·높이로 설치돼야 하나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는 무안국제공항 개항 전 현장조사를 통해 콘크리트 둔덕은 장애물로 간주해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확보와 설치 기준에 맞는 보완을 건의했으나 서울지방항공청은 설치기준에 부합하게 설치됐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이를 규명한 수사본부는 2007년 공사·허가 관련 8명, 2023년 공사·허가 관련자 15명을 입건해 수사하는 등 콘크리트 둔덕 조사를 정조준했다.
수사본부는 공사 관련 서류, 관련 전자파일 등 3084점을 확보했으며, 문서보존기간이 지난 건설공사 자료는 국가기록원을 상대로 309점을 확보해 분석·수사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방위각 시설·조류·조종·엔진 등 각 분야 전문가와 면담하고 관련자 70여명을 상대로 107회를 조사하는 등 면밀하게 수사 중"이라며 "입건자가 많고 수사기록만 1만5000여쪽에 달해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류, 관제, 공항 건설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안으로 분리 송치는 어렵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와 함께 유족과 피해자 지원에도 만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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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는 단순 사고를 넘어 국가 안전 시스템 전반을 되묻게 한다. 뉴스1 광주전남본부는 4편에 걸쳐 유가족의 고통, 형사 책임 규명을 둘러싼 수사, 사고 원인 조사 기구의 한계, 무안국제공항 정상화의 현실을 집중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