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사망' 광주 도서관 붕괴…전문가들이 제기한 원인은(종합)
하중 관리·접합부 품질 넘어 설계·시공·감리 구조 점검 필요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를 둘러싸고 시공 단계에서의 하중 관리와 구조 안전 검토, 접합부 시공 품질이 적절히 관리됐는지를 둘러싼 기술적 의문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단일 공정의 실패가 아니라 시공 과정 전반에서 구조 안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일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22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광주대표도서관 붕괴사고 원인 추정 및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김영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발제를 통해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중 변화와 장스팬 트러스 구조의 시공 특성, 접합부 품질 관리가 사고 위험을 키웠을 가능성을 짚었다.
김 회장은 "시공 중 구조물의 안정성을 전제로 한 하중 관리와 검토 절차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콘크리트가 특정 구간에 집중 타설될 경우 순간적인 집중 하중이 발생할 수 있고 장스팬 트러스 구조에서는 이러한 하중 변화가 접합부와 인접 부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중 관리 실패나 접합부 시공 품질 저하는 국부 파단을 넘어 연쇄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논의는 기술적 원인 규명에 머물지 않았다.
박홍근 건축사는 "구조가 잘못됐는지 용접이 부실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결과에 대한 설명일 뿐"이라며 "왜 그런 판단과 작업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건축사는 설계자·시공자·감리자·발주자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책임이 분산되고 현장의 문제의식이 제도 안으로 흡수되지 못하는 '건설 생태계' 자체를 문제로 지적했다.
토론에서는 설계 변경과 비용 구조도 주요 쟁점으로 논의됐다.
조창근 조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원안 설계와 달라진 구조 형식에 주목하며 "구조가 변경되면 용접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공공 건설 사업에서 설계 변경이 기술적 보완보다는 비용 절감 논리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수 공법 적용 시 별도의 구조·시공 검토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의용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단 위원은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서는 초장대 구조물을 안전하게 시공하면서도 국내에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와 운영 방식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기술자의 참여가 설계 이후 단계에서 형식화되고 시공 과정에서 실제 위험을 걸러내는 문서와 검토 체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장 안전 관리의 현실적인 한계도 짚어졌다.
김병철 국토안전관리원 호남지부장은 무리한 공기 단축과 안전관리비 구조를 사고의 배경으로 언급하며 "공기를 맞추기 위해 안전 절차가 뒤로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정 공기 산정 의무화와 안전 전담 감리 강화, 중소 규모 현장까지 포함한 스마트 안전 장비 확대 필요성을 제시했다.
신수정 광주시의회 의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백서를 제작해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계 변경과 발주 책임을 포함한 공공 건축 안전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보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건축사는 "이번 사고는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건설 시스템이 위험을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라며 "사고 원인을 밝히는 것과 동시에 같은 조건에서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1시 58분쯤 옥상층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중 구조물이 붕괴했다. 이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4명이 매몰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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