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호 전두환 기념판' 어디로…"광주" vs "공사 기록관" 이견
5·18기념재단 "전두환 군사독재 상징물, 광주 이관해야"
농어촌공사 "공공기록물이라 본사 기록관 영구보존 예정"
-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영산호준공기념탑의 '전두환 기념판' 철거를 앞두고 군사독재의 증거물로 전시하려는 오월단체와 기록관에 영구보전하려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이견을 보인다.
18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다음 주 중 전남 영암의 영산호준공기념탑의 '전두환 기념판'을 철거할 계획이다.
뉴스1 보도(2025년 5월 23일 '호남 젖줄' 영산강에도 전두환 잔재…"44년간 지역 명소인 줄로만")를 통해 알려진 전두환 기념판은 1981년 영산호 완공을 기념해 세워진 영산호준공기념탑 한가운데 부착된 동판이다.
기념판에는 '이제 대자연에 도전하여 이룩한 오늘의 성공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의 방방곡곡을 화기가 넘치는 복된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 우리 모두 전진의 대열에 힘차게 나설 것을 당부하는 바입니다. 1981년 12월 8일 전두환 대통령각하 준공식 치사 중에서'라는 전두환의 기념사가 담겼다.
당시 전두환은 기념식에서 "우리는 지금 정의로운 민주복지국가를 구현하기 위해 모든 힘과 마음을 합쳐 건설의 삽질을 계속하고 있다"며 자신의 집권을 정당화했다.
보도 이후 농어촌공사는 국가기록원 등을 통해 철거 여부를 문의했다. 공사는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보존 가치가 높지 않으니 자체 철거하라"는 답변을 받고 철거 절차를 밟았다.
공사는 기념판을 철거하고 공공기록물 관리 규정에 따라 공사 기록관에 영구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5·18기념재단과 오월단체는 당초 철거를 요청했으나 해당 기념판이 2003년 '상무대 범종' 이후 전남서 처음 발견된 전두환 관련 시설물인 만큼 교육적 의미 활용을 위해 보전을 요청했다.
재단과 오월 단체는 17일 "단순 철거는 역사적 증거 소멸 우려가 있다. 기념판을 존치하고 옆에 전두환의 죄상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면서 "만약 철거한다면 5·18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존되도록 광주로 이관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윤목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민주사회에서의 역사 정리는 불편한 과거를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분명히 설명하고 기록하는 데 있다"며 "전두환 기념판 역시 철거 여부와 관계없이 민주주의의 교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농어촌공사는 난색을 보인다.
전두환의 흔적이 남았다 할지라도 공공기록물을 이관해달라는 요청이 처음이라 관련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심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내부 규정에 따라 기록물은 영구 보존하도록 돼 있다. 이미 철거가 결정된 만큼 존치는 어렵다"면서 "5·18기념재단의 요청이 검토 대상이 되는지도 확답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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