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 공동체 정신' 커피 500잔·김밥 100줄 선결제로 되살아나
[12·3계엄 1년] 122일간 5·18민주광장 지킨 시민들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 난데없이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44년 전 5·18트라우마 속에 살고 있는 광주시민들은 경악했다. TV와 휴대전화 화면 속에서 다시 마주한 계엄군의 모습에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광주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오후 11시가 넘은 시각 5·18 민주광장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칠흑같은 어둠 속 매서운 칼바람만 남은 1980년 5월 최후 항쟁지인 광장에서 그들은 오직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깨어있었다.
시민과 함께 행정도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계엄 발표 10여분 만에 강기정 광주시장은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고 공직자와 시민사회, 5·18단체가 '헌법수호 비상계엄 무효 선언 연석회의'를 열고 한 자리에 모였다.
44년 전 오월정신이 되살아 난 순간이었다.
다음 날 오전 4시 30분을 기해 계엄이 해제됐음에도 광주는 멈추지 않았다. 오전 9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500여명의 시민은 생업을 제쳐둔 채 다시 민주광장에 모였다.
정치권도 함께해 한마음 한뜻으로 비상시국대회를 열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저녁 시간엔 학교를 마친 학생, 퇴근한 직장인, 가게 문을 닫고 나온 자영업자 등이 모이면서 아침보다 4배 불어난 2000여명이 자리를 지켰다.
국회 본회의에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7일에도, 2차 표결이 있던 14일에도 광주시민은 울분을 토하고 눈물을 흘리며 민주광장에서 함께했다.
추운 날씨 동지애가 퍼지면서 인근 카페와 음식점에는 무료로 음료와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미리 결제를 해놓는 '선결제 릴레이' 문화도 생겨났다.
커피 500잔, 김밥 100줄을 비롯해 최소 1만 원부터 수백만 원까지. 1980년 5·18 당시 주먹밥을 나누던 대동정신이 다시 실현된 것.
함께하지 못한 이들은 미안한 마음을 담아 집회를 주관하는 단체에 518원부터 수십만, 수백만 원 등을 후원했다.
단체는 추위에 현장을 지키는 시민들에게 핫팩, 깔개, 컵라면, 어묵 등으로 마음을 돌려줬다.
12월 3일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이 인용된 올해 4월 4일까지. 122일간 광주시민들은 5·18민주화운동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금남로와 5·18민주광장을 매일 같이 지켰고 결국 함께 따스한 봄을 맞이했다.
하지만 12·3계엄 1년이 지난 오늘도, 광주시민들은 다시 민주광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곳곳에 숨겨진 내란 세력을 척결해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시민사회는 "내란 세력 노골적인 봐주기, 특검의 봐주기 수사 등 내란 옹호 세력 척결이 지지부진하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위태롭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내란 세력의 처벌과 함께 진실과 책임을 강조한다.
민주당 광주시당 향후 과제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와 2차 종합특검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시당은 "내란 수사·재판에서의 지연·왜곡·정치 개입을 차단하고 역사적 사실과 법적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전담 재판부가 필요하다"며 "3대 특검이 다루지 못한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도 종합특검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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