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복권방 탓 불법주정차 활개…주변 상가 "우리한테는 재앙"

단속·민원 속출…"10분 안에 이동, 과태료 부과 쉽지 않아"
시민들 "무관용 상시 단속 해야"

지난 22일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복권방 앞에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5.11.2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불경기에 장사가 너무 안되니 인생 역전이라도 노려보려고요. 10분째 줄 서 있어요."

제1199회차 로또 추첨일인 지난 22일 오후 7시. 판매 마감을 1시간 앞둔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복권방 앞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이곳은 1등 당첨자가 18차례 나온 이른바 '명당'으로 알려져 매주 수백 명의 손님이 몰린다.

문제는 몰려드는 인파만큼이나 무질서한 불법 주정차다.

복권방으로부터 도보 2~3분 거리의 도로에는 비상등을 켜둔 채 줄지어 세워진 차량이 뒤엉켰고, 골목 안으로는 인파가 끝없이 이어졌다.

주차할 자리를 찾기 위해 서로 클랙슨을 울리는가 하면, 줄을 선 일행을 다시 태우기 위해 복권방 인근 삼거리를 서행하며 빙빙 도는 이들도 있었다.

인근 상가들은 피해를 호소한다.

근처 카페 업주 A 씨는 "매주 토요일은 아예 포기 수준이고 평일·점심시간도 불법 주정차로 입구가 막힌다"며 "손님들이 '주차하기 어려워서 그냥 간다'는 말을 자주 한다. 장사도 힘든데 스트레스만 쌓인다"고 토로했다.

다른 상인 B 씨 역시 "도로가 좁은데 이중주차에 대기 차량까지 겹쳐 소방차나 구급차가 들어오면 큰일이 날 것만 같다"며 "'명당'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22일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복권방 앞 도로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 모습. 2025.11.2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실제로 민원과 단속 건수도 많다.

서구 교통지도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 구간의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2023년 273건 △2024년 272건 △2025년(11월까지) 408건으로 확인됐다. 해가 갈수록 줄기는커녕 올해는 이미 전년 대비 50% 가까이 늘었다.

서구가 운영하는 구청장 직통 민원 채널 '바로문자하랑께'와 국민신문고에도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2023년 1건에 불과했던 민원은 2024년 14건, 올해 12건이 접수됐다.

한 주민은 민원을 통해 "주말마다 혼잡이 심해 아이와 걷기 무섭다. 사고가 나기 전에 조치해달라"고 했다.

서구는 평일 저녁과 주말 등에도 인력을 투입해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크지 않다.

서구 관계자는 "아무리 단속을 하지만 복권 구매의 특성상 근본적 해결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잠깐 차를 세워두고 있다가 구매를 하면 금방 차를 뺀다. 단속 10분 유예 시간 안에 차가 빠지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가 되지 않는다"며 "그 자리에 다른 차가 들어와서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근절이 어렵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상습 혼잡 구간인 해당 도로에 구조적으로 차량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시민은 "보행자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며 "불법 주정차 10분 유예를 두지 않고 무관용 폐쇄회로(CC)TV 상시 단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