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성불암 황승우 혜당(慧幢)스님 입적

향년 87세…5·18 현장 통역 '영어스님'

(해남=뉴스1) 김태성 기자 = 한국 불교계의 원로이자 영문학자, 5·18 당시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렸던 해남 성불암 혜당스님(慧幢, 속명 황승우)이 20일 향년 87세로 입적했다.

혜당스님은 1938년 12월17일 전남 완도군 고금도 덕동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교사 황병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역임한 황지우 시인, 철학콘서트 황광우 작가의 장형이다.

해남 북평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1959년 광주사범학교, 이어 전남대학교 영문학과에 진학했다.

육군 통역장교로 근무하면서 영어교사 자격을 취득, 제대 후 목포 문태고등학교, 광주서중학교, 전남고등학교 등에서 재직하며 영어 교육에 헌신했다.

혜당스님은 광주제일고 영어교사로 재직 중 1980년 5월의 비극을 목도했다. 전남도청 앞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광주의 비극을 알렸다. 이후 세상과 절교하고 지리산 문수암에서 수도의 길을 걸었다.

1982년에는 선암사 김탑봉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태고종 승려가 됐다.

혜당스님은 1983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 논문을 '셰익스피어와 공(空) 사상'으로 집필했다. 당시 이 논문은 불교사상과 영문학을 접목하는 연구로 주목받았다.

199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초청된 그는 영어에 정통한 한국 승려로서 한국 선불교를 해외에 소개하는 데 힘썼다.

스님은 음성학의 원리를 담은 '룰루랄라 영어 발음'(두산동아 刊) 무안 약사사 박경훈 스님과 함께 '아시게나, 우리가 선 이 땅이 바로 낙원이라네, 2권'(역사비평 刊), 자서전 '가시밭도 밟으면 길이 된다' (책가 刊)등을 출간했다.

1980년대 담양 수북면에서 금타선원을 창건한 스님은 이곳에서 20여 년 수도하다가 2000년 고향 땅 해남으로 거처를 옮겨 성불암(成佛庵)을 창건했다.

빈소는 해남읍 해남종합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11월 22일 오전.

hancut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