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좌초 여객선, 출항 전엔 '이상 무'…선장·관리자 사인 '동일'

출항 전 36개 항목 '양호'로 표기…관리자 확인란은 줄만
기존 항로 90도 가량 급변침…세월호같은 차량 쏠림 없어

19일 전남 신안 해상에서 항로를 이탈해 족도에 좌초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출항 전 안전점검표. 모든 항목에 이상 없음으로 되어 있고 선장과 운항관리자의 서명이 동일하다.(해양교통안전정보 캡쳐. 재배포 및 DB 금지) ⓒ News1 서충섭 기자

(목포=뉴스1) 서충섭 기자 = 전남 신안 앞바다 족도에 정면으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갑작스런 항로 이탈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출항 전 안전점검표에서는 모든 항목이 '양호'로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장과 운항관리자의 서명이 같은 모양인 것으로 미루어 동일인이 작성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쏠린다.

20일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씨월드고속훼리 소속의 퀸제누비아2호는 지난해 2월 23일 선박 검사를 한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음으로 나타났다. 업체측은 이를 올해 2월 10일 해운법에 따라 여객선 안전정보로 제출했다.

퀸제누비아2호는 과거 인천~제주 항로를 오가던 '비욘드트러스트호'였던 당시 엔진 이상 등으로 모두 6차례 운항에 차질을 빚었던 바 있다.

지난 19일 출항 전 안전점검표에서 퀸제누비아2호의 흘수는 만재 흘수가 6.5m인데 중앙은 5.76m, 선미는 6.2m로 나타났다. 선수는 533m로 기록됐는데 5.33m의 오기로 보인다.

화물 적재한도는 3552톤인데 실제 화물 중량은 차량 118대 2044톤과 컨테이너 10개 18.8톤, 도합 2063톤으로 기준보다 낮았다. 위험화물은 적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장과 운항관리자가 확인하는 점검표에서는 36개 항목이 모두 '양호'로 표기됐다. 조타기와 GPS등 선교 항해·통신장비가 정상 작동한다고 기재됐고 수하물도 안전하게 적재 및 고박됐다고 적혔다.

다만 선장과 운항관리자의 서명란의 표기가 동일한 점으로 미루어 동일인이 사인한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퀸제누비아2호는 정상 항로를 크게 벗어난 급변침에도 불구하고 세월호와 같은 차량쏠림 현상이 없었던 점으로 미루어 차량 고박은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19일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한 족도 위치. 배 모양 아이콘은 퀸제누비아2호, 하늘색은 목포와 제주도간 정상항로.(해양교통안전정보 캡쳐. 재배포 및 DB 금지) ⓒ News1 서충섭 기자

실제로 취재진이 배에 탔던 화물차량 기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주차장 내 차량 고박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승객들도 주차장을 통해 정상적으로 대피하는 등 세월호 참사 때와 같은 차량 쏠림 현상은 없던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사고 발생 3시간 10분 만인 19일 오후 11시 27분쯤 퀸제누비아2호에 탑승한 승객 246명(성인 240명, 소아 5명, 유아 1명)과 승무원 21명 등 탑승자 267명을 모두 구조했다.

탑승객 중 3명은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여객선엔 선박자동식별장치와 자동조타장치, 음향 측심기가 설비돼 있는 점을 보면 단순 항로 이탈은 아닐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경은 선장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