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좌초 여객선 탑승객들 육지 밟고 안도…긴장 풀려 눈물도(종합)
한국 여행 온 외국인도 "모든 게 침착하게 처리됐다"
목포부두 지친 기색 역력…"세월호 기억에 침착하게"
- 최성국 기자, 이수민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수민 박지현 기자 = 전남 신안 해상에 좌초된 대형 여객선에서 무사 구조돼 육지를 밟은 여객선 탑승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에서 육지로 화물차를 이송하는 화물차 기사들, 어린 자녀들과 제주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던 일가족, 가족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배에 탔던 60대 여성, 한국으로 3주간 여행을 온 벨기에 국적 외국인까지 모두가 "사고 직후 패닉 없이 서로서로를 도와주며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19일 오후 11시부터 20일 오전 12시 넘어서까지 순차적으로 목포해경부두에 도착해 육지를 밟은 탑승객 일부는 풀린 긴장감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고 후 구조, 이송을 견디며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제주도민인 이 모 씨(64·여) 육지에 거주하는 가족의 장례식장에 가기 위해 배에 올랐다. 이 씨는 "사고가 발생하고 얼마 안 지나 딸에게 '뉴스에 나오는데 무사하냐'는 전화가 왔다"며 "온 가족이 걱정하고 난리였다. 무사히 가족 곁으로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사고 여객선인 퀸제누비아2호는 이날 오후 4시 45분쯤 제주항에서 출발해 오후 9시쯤 전남 목포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여객선에는 어린이와 임산부를 포함한 승객 246명, 승무원 21명 등 267명이 탑승해 있었다.
그러나 여객선은 전남 신안군 장산면 장사도 인근 무인도인 족도에서 좌초됐다.
화물차 기사 A 씨(40대)는 "가만히 있었는데 '쿠구궁'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흔들렸다"며 "사고 초기 엄청 우왕좌왕하고 놀랐다"고 사고 당시의 긴박감을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카운터로 달려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며 "선원들은 암초에 부딪혔으니 대기하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A 씨는 "배에 갑판이 없어 놀란 승객들이 모두 배 안에 있었다. 다행히 선원들과 해양경찰이 금방 와서 구조 안내를 해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30대 여성 탑승객 B 씨는 "선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몸이 밀리면서 굉음이 났다. 모두 당황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서로 도와주려는 모습이 위안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구명조끼를 입고 침착하게 이동해야 한다는걸 모두 따랐다. 휴대전화 통신이 잘 터져서 패닉이 적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제주도 여행에서 귀가하던 채 모 씨 일가족은 "덜커덩 하면서 객실에서 몸이 튕겼다"며 "침수될까봐 걱정이었는데 암초 또는 바위 같은 것에 배가 걸쳐 기울어진 느낌이었다"며 "무사 구조된 게 정말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벨기에에서 한국으로 3주간 휴가를 온 도에란네 씨(66)는 "배가 한 쪽으로 기울어졌는데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당황하는 사람도, 다친 사람도 없었다. 모든 게 침착하게 처리됐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사고 직후 안내방송이 곧장 나오진 않았지만 상황을 인지한 뒤로는 승객들이 3줄로 줄을 서 차례대로 구조를 기다렸다고 입을 모았다. 구명조끼를 착용한 승객들은 어린이와 임산부, 노약자를 우선 구조하도록 하고 차분히 순번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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