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호 준공기념탑 '전두환 기념판' 44년 만에 철거된다

농어촌공사 대통령기록관에 문의 후 방침 결정
공사 "12월 기록물평가심의 거쳐 철거…폐기 등 방침은 미정"

전남 영암 영산호준공기념탑의 전두환 기념판(사진 위). 아래는 1981년 12월 8일 영산강하구언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과 아내 이순자씨.(대한뉴스 제1362호. 재배포 및 DB 금지) 2025.5.23/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영암=뉴스1) 서충섭 기자 =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 변에 44년간 자리했던 영산호준공기념탑의 전두환 흔적이 올해 안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다만 처리 방법을 두고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전남 영암의 영산호준공기념탑에 부착된 '전두환 기념판'을 철거해도 좋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뉴스1> 보도를 통해 알려진 전두환 기념판은 1981년 영산호 완공을 기념해 세워진 영산호준공기념탑 한가운데 부착된 것이다.

기념판에는 '1981년 12월 8일 이곳에서 열린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의 기념사를 토대로 '이제 대자연에 도전하여 이룩한 오늘의 성공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의 방방곡곡을 화기가 넘치는 복된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 우리 모두 전진의 대열에 힘차게 나설 것을 당부하는 바입니다. 전두환 대통령각하 준공식 치사중에서'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전남 영암 영산호준공기념탑과 영산강 하굿둑 모습. 영산호준공기념탑에서 전두환의 기념사가 담긴 기념판이 발견됐다. 2025.5.22/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당시 전두환은 기념사를 통해 "우리는 지금 정의로운 민주복지국가를 구현하기 위하여 모든 힘과 마음을 합쳐 건설의 삽질을 계속하고 있다"며 자신의 집권을 정당화했다.

이 기념판은 2003년 '상무대 범종' 이후 전남에서 처음 발견된 전두환 관련 시설물이었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된 탓에 뒤늦게 발견됐다.

5·18기념재단은 관련 보도 후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7조 2항에 근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두환의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가 취소됐다'며 기념판 철거를 촉구했다.

농어촌공사가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에 철거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결과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보존 가치가 높지 않다. 자체 철거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농어촌공사는 연 1회 개최되는 기록물평가심의회(12월)에서 전두환 기념판 철거를 안건에 올려 기록물 폐기 절차를 밟는다.

다만 기념판 철거 후 이를 폐기할지, 철거한 자리에 신규 안내판을 부착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기념판 철거 후 새로운 안내문을 부착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며 "철거한 전두환 기념판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기록물평가심의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두환 기록물 철거 작업은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2020년 남극 세종기지의 전두환 친필 동판은 설치 32년 만에 철거됐다. 지난 2월 서울 예술의전당 전두환 휘호석에 이어 지난달 충남 금산군은 전두환 기념식수비를 철거하고 그대로 땅에 묻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