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회 땐 '무장애 버스', 관광 DRT는 '휠체어 배제'

광주 DRT 4대, 고상 구조에 휠체어 리프트 전무
"기본 접근권 보장해야"…광주관광공사 "제도보완 검토"

2025 세계 양궁선수권대회 기간 광주시가 운영 중인 광주 투어버스. 이용자가 차량을 호출하면 찾아가는 수요응답형 교통(DRT) 서비스를 제공한다. (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광주시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수요응답형 버스(DRT)가 휠체어 리프트를 전혀 갖추지 않은 채 운행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관련한 '차별구제소송' 당사자였음에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8일 광주관광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운영하는 DRT는 15~25인승 쏠라티·카운티 차량 4대다.

DRT는 관광객 편의를 위해 주요 교통거점과 관광지를 연결하는 교통 서비스다. 콜택시처럼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승하차할 수 있는 호출 방식으로 운행된다.

지난해 7월 도입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2000회 운행해 관광객 등 3000여 명을 실어 날랐다.

그러나 이들 차량은 모두 고상 구조로만 제작돼 휠체어 탑승을 위한 리프트나 경사판이 없다.

반면 광주시가 별도로 운행하는 시티투어 버스 일부는 휠체어 리프트와 고정장치를 갖췄다. 광주에서 이달 28일까지 열리는 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대회 기간에는 해당 시티투어 버스가 투입돼 활용되고 있다.

장애인양궁대회 같은 특정 행사에는 '무장애 버스'가 제공되지만 정작 일상적으로 운행되는 관광형 DRT는 장애인에게 닫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 제1항은 '교통사업자와 교통행정기관은 이동과 교통수단을 접근·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역 장애인들이 고속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인 리프트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며 낸 '차별구제소송'의 당사자였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아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7년 넘게 이어진 이 소송에서 법원은 장애인 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장애인 단체는 휠체어 리프트가 없는 DRT 운영과 관련해 "광주시가 진정 장애인을 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명목상 모두를 위한 교통수단이지만 실제로는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는 버스"라고 꼬집었다.

배영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이름만 새로운 교통수단이지 장애인은 쓸 수 없는 버스"라며 "시민 모두를 위한 교통이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기본적인 접근권부터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광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지난해는 시범사업이라 빠른 운행에 초점을 맞춰 장애인 좌석이나 리프트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DRT는 시가 정책을 결정하고 공사가 실제 운영을 맡는 구조인 만큼 광주시와 협의해 제도적 보완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