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높이는 건 AI지만, 최종 검증자는 결국 사람"
AI 활용 효과·한계 짚으며 유럽 기업 기술 콘퍼런스 폐막
- 이수민 기자
(암스테르담=뉴스1) 이수민 기자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AI에서 열린 유럽 최대 규모의 기업 기술 콘퍼런스(TechEx Europe 2025)가 이틀간 일정을 마치고 25일(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마지막 날 진행된 인공지능(AI) 개발자 회의에서는 글로벌 기업 엔지니어들이 기업 내 AI 활용의 성과와 한계, 실전 적용법을 공유했다. 현장에서 반복해 강조된 메시지는 '속도를 높이는 것은 AI지만, 마지막 판단과 책임은 결국 사람이 맡는다'였다.
유진 피델린 eBay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사내 문서와 협업 메신저를 AI 기반 검색으로 통합하면서 정답 문서를 찾는 시간이 수주에서 수분으로 줄었다"며 "자동화 과정에서 생긴 오류와 장애도 원인을 특정하고 원클릭 복구 제안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항상 사람이 내린다"고 말했다.
다니엘 피리 Weaviate 개발자 경험 엔지니어는 "초기에는 많은 팀이 코드 생성에만 집중했지만, 지금은 문서화·신입 교육·코드 검토·오류 추적처럼 위험은 낮고 효과가 확실한 영역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AI는 조종사 옆의 자동항법장치처럼 쓰되, 문제가 생기면 사람이 즉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우커 브렌닌크메이여 ING 수석 AI 엔지니어도 "AI 도입 속도는 팀과 개인별로 편차가 크다"며 "코드 작성보다 문서화나 디버깅 같은 저위험·고효율 영역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벨랄 하이칼 Decathlon Digital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큰 업무 단위를 통째로 AI에 맡기면 검토 비용이 개발보다 커질 수 있고, 보안 취약 코드가 제안될 위험도 있다"며 "업무를 세분화해 AI와 함께 고민하고, AI는 인프라 맥락을 알지 못한다는 전제로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현대 조직에서 직원 역량 강화하기'(Digital Workforce-Empowering Employees in Modern Organizations) 세션에서는 인재 관리와 보상체계의 중요성이 조명됐다.
안나 알레크노 JTI 글로벌 IT 지능형 자동화 책임자는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활용할 시간과 기회를 보장하지 않으면 교육 효과는 금방 사라진다"며 "관리자들은 직접 직무 평가를 이끌고, 인사팀은 내부·외부 인재 발굴과 함께 새로운 보상·경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 직원에게 예전과 같은 업무와 급여만 부여한다면 이탈은 불가피하다"며 "이를 방치하면 조직은 '훈련소'에 머무르게 되고, 디지털 전환 속도도 두 걸음 앞으로 갔다 한 걸음 뒤로 돌아오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IBM 세션에서도 같은 맥락이 확인됐다. 발표자인 타마라 타티안 EMEA 기술 리더십팀 설계자는 "AI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해결할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성공 기준을 세우며, 이를 끝까지 추진할 임원급 후원자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안·거버넌스를 사후에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포함해야 한다"며 "생성형 AI가 만능은 아니다. 투자금의 65%는 여전히 전통적 머신러닝에 쓰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맥락과 데이터 품질, 그리고 사람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발표자들은 앞으로의 과제로 △역할을 분담해 협업하는 멀티에이전트 개발환경 △AI가 스스로 정보 부족을 인식하고 질문하는 능력 △실시간 음성 인터페이스 고도화 등을 제시했다.
결국 행사에서는 AI가 속도를 높이고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지만,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마지막 열쇠는 여전히 사람과 조직문화, 그리고 체계적인 거버넌스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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