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 집 팔고 대출 받았지만…현실은 빚더미와 해고
방글라데시 노동자들 "조선소 직원 700만원 추가 요구도"
"부당해고·사업장 이동 제한, 브로커 구조 철저 수사해야"
- 박지현 기자
(무안=뉴스1) 박지현 기자 = 국내 한 조선소 직원이 방글라데시 외국인 근로자들을 취업 알선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현금을 챙겼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한국행을 위해 거액의 알선비를 지불하고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는 '휴가를 썼다'는 이유로 부당해고까지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공익변호사 단체와 노동인권단체는 이번 사건을 "외국인 노동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전형적인 브로커 사건"으로 규정했다.
방글라데시 출신 용접공 A 씨(30)는 한국행을 위해 모든 걸 걸었다. 집을 팔고, 친척에게 빚을 지고 땅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거액을 마련했다.
한국 조선소에서 일해 몇 년만 버티면 가족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희망 하나였다.
그러나 그의 '코리안 드림'은 빚만 남긴 채 산산조각 났다.
지난해 전남 소재 조선소 용접공 채용에 최종 합격한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약 40명. 비영리공익법률단체인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이하 동행)은 이 가운데 14~16명이 현지 모집책에게 1인당 약 1500만 원을 지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행이 추산한 피해 총액은 20만 8000달러(약 2억8800만 원)에 이른다.
피해자는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고 수십 년 모은 저축을 몽땅 털었다고 했다. "한국에 가면 단숨에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지난해 4~5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에도 또 한 번의 '추가 비용'을 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현지 여행사가 출국 전날 나눠준 미화 5200달러(약 700만 원) 봉투를 조선소 직원 C 씨가 그대로 거둬갔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보너스나 숙소 집기 구입비로 돌려주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해고 이후에도 이 돈을 돌려 받지 못했다.
동행은 C 씨가 2023년부터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조선소 직원 행세를 하거나 모집책으로 활동하며 채용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최종 합격자로부터 각각 150만 타카(1500만 원~1700만 원)를 챙기고 합격자 40명에게는 온라인 한국어 수업을 제공하면서 수업비까지 받아 거액의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설상가상 일부 노동자들은 입국 몇 달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 피해자 2명은 조선소 내 방글라데시 국적의 팀장이 노동자들을 거칠게 대하고 이에 항의하자 '휴가 사용'을 명목으로 해고당했고 주장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계약해지 후 다른 조선소로 옮기려 했지만 숙련공 비자(E-7-3)는 '조선업종 한정'으로 제한됐다. A 씨는 생계를 위해 경상권 조선소로 재취업했다.
손상용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없다는 게 핵심 문제"라며 "전 재산을 털어 한국에 왔는데 해고를 당하면 귀국하거나 불법체류 위험에 내몰린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문제는 비자 발급 절차에도 숨어 있다. 현재 조선업 숙련공 비자 발급 권한은 국가가 아니라 업계 협회에 위임돼 있다.
협회는 방글라데시 송출업체와 협약을 맺어 노동자를 선발하지만 그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미흡해 불투명한 금전 거래가 발생한다는 게 노동인권단체 주장의 핵심이다.
조선소 관계자는 "노동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며 회사도 오늘 처음 관련 내용을 인지했다"며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동행 소속 변호사들은 이날 피해자들을 대리해 브로커·금품 수수에 관여한 조선소 직원을 노동력 착취, 영리 목적 약취·유인, 사기, 업무상 배임, 직업안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소장을 전남경찰청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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