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 죽이고 혼자 살아나온 父…"선처탄원서 말이 되나" 재판부 호통(종합)

재판부 "선처 탄원서 경위 설명하라…본인은 멀쩡히 살아있으면서"
지 씨 "아이들에게 죄송하다…제 잘못된 생각에 이렇게 됐다"

목포해경이 2일 진도군 진도항에서 일가족 4명이 탑승한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목포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3/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피고인, 아들 둘을 살해한 혐의인데 이 선처 탄원서들은 작성 경위가 어떻게 됩니까?"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는 22일 살인, 자살방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지 모 씨(49)에 대한 첫 재판에서 재판부에 제출된 선처 탄원서를 따져 물었다.

지 씨는 지난 6월 1일 오전 1시 12분쯤 전남 진도항 인근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 아내의 자살을 방조하고 고등학생인 10대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 씨는 카드사 등에 2억 원 상당의 빚을 지고 경제난을 겪던 중 아내와 동반자살을 결심했다. 남겨진 자녀들이 부모 없이 힘든 생활을 이어갈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관으로 아이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지 씨는 아내와 함께 수면제, 피로회복제를 준비한 뒤 가족여행을 떠난 지 이틀째 되는 5월 31일 숙박업소에서 아들 둘에게 수면제를 탄 피로회복제를 마시게 했다. 그는 1일 새벽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이동해 가족들이 잠 들어 있는 차량을 바다로 돌진시켰다.

공포심을 느낀 지 씨는 열려 있던 운전석 창문을 통해 홀로 바다를 빠져나왔고 119 신고 없이 홀로 야산 꼭대기로 숨었다. 그 사이 가족들은 익사했다.

지 씨는 친형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지인 차를 타고 광주로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학생이 등교하지 않는다'는 학교 측 신고를 통해 실종된 일가족을 찾고 있었다.

재판장은 이날 "피고인은 바다에서 살겠다고 바다에서 혼자 빠져나왔다. 능력이 안 되면 119에 신고라도 해서 가족들을 살리려고 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본인은 멀쩡히 살아 있으면서 선처를 바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장은 재판부에 제출된 여러 장의 선처탄원서를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장은 "피고인이 선처를 바란다고 돼 있다. 이것은 피고인의 의견이냐, 변호인의 의견이냐. 가족을 구하려 신고하지도 않고, 본인은 멀쩡히 살아있으면서 선처를 바란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물었고, 변호인은 "변호인 의견"이라고 답했다.

재판장은 "피고인에 대해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도 제출돼 있다. 이런 탄원서를 써주는 사람들은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 제출자엔 피고인 가족도 있는 것 같다. 탄원서는 어떤 경위로 작성됐느냐"고 따졌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형에 의해, 주변 지인들을 통해 작성됐다"고 밝혔다.

지 씨는 지난 4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피고인의 진지한 범행 반성 여부는 중요 양형 자료로 분류된다. 선처탄원서는 주로 피해자 측이 제출할 경우 때 주요 양형 자료로 다뤄진다.

다만 반성문과 선처탄원서가 제출돼도 진지한 반성 여부에 대한 판단, 지 씨 친형의 탄원서가 피해자 유족 입장에서 제출한 것인지, 피고인 가족으로서 제출한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 재량이다.

검사는 "피해자인 두 아들은 학교를 마치고 가족여행에서 맛집을 찾아다니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피해자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피고인이 수면제를 탄 음료를 마시고 잠들었다"고 말했다.

음료수에 수면제를 탄 시점에 대해 "두 아들은 1층에서 라면을 먹고 있었는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2층에서 음료수에 수면제를 타고 있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들을 살해할 준비를 하는 것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라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지 씨는 "아이들에게 죄송하다. 제 잘못된 생각에 이렇게 됐다"고 최후 진술했다.

재판부는 9월 19일 오후 2시 동일 법정에서 지 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