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소실된 화순 쌍봉사 대웅전, 보물 재지정 움직임

신라시대 철감선사 창건…1984년 촛불 화재로 불 타
부처 금동불상 화재피해 없어…불교계 연대서명 준비

화순 쌍봉사 대웅전./뉴스1

(화순=뉴스1) 박영래 기자 = 40년 전 화재로 소실됐다 복원됐지만 보물 지정이 해제된 전남 화순 쌍봉사 대웅전을 다시 보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24일 화순군과 쌍봉사 등에 따르면 최근 구복규 화순군수와 쌍봉사 주지 증현 스님, 불교계 관계자, 문화재 전문가 등이 모여 쌍봉사 대웅전의 보물 재지정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증현 스님은 "화재로 건물은 불탔지만 그 안에 모시고 있던 부처님 금동불상은 피해를 입지 않은 원래 것 그대로"라며 "원래대로 다시 보물로 재지정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총 높이 12m의 정방형 3층 건물 구조인 쌍봉사 대웅전은 상륜부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 3층 목탑의 모습을 전하고 있는 몇 안되는 목탑이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 제163호로 지정돼 있었다.

하지만 1984년 4월 3일 발생한 촛불실화로 건물이 소실됐고, 다행히 이전에 남겨둔 단면도가 있어 1985년 건물은 복원했지만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상실됐다고 판단한 정부는 보물 지정을 해제했다.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은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본래의 가치를 상실할 경우 지정 해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보나 보물 등으로 지정된 건축물이 화재 피해로 지정이 해제된 사례는 쌍봉사 대웅전을 비롯해 김제 금산사 대적광전(1986년), 경남 하동 쌍계사 적묵당(1968년) 등이다.

반면 2008년 2월 화재로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은 2013년 5월 복원과 함께 국보 1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증현 스님은 "대웅전의 하드웨어는 훼손됐을지 모르지만 핵심인 소프트웨어(금동불상)는 그대로 보전돼 있어 다시 보물로 복원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화순 쌍봉사 대웅전./뉴스1

불교계는 쌍봉사 대웅전 보물 재지정을 바라는 불교계와 일반 시민 등의 연대서명을 받아 국가유산청에 보물 재지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화순 석천사 주지 혜문 스님은 "사실 대웅전에 모셔진 불상은 장정 여럿이 달려들어도 간신히 들 정도로 무거운데 신기하게도 노인 혼자서 둘러업고 나오면서 화재 피해를 모면했다"면서 "보물 재지정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가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 전문가인 순천대 최인선 교수(사학과)는 "화재로 인해 대웅전이 '본래의 가치를 상실했는지' 여부는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사안 같다"고 말했다.

한편 쌍봉사는 신라시대 철감선사가 창건한 사찰로 국보 제57호인 철감선사탑을 보유하고 있다. 철감선사탑은 신라시대 만들어진 승탑 가운데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고 현존하는 승탑 가운데 빼어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쌍봉사 일원은 전라남도 기념물 제247호로 지정됐다.

화순군은 지난 2월 지역 대표 관광지 '화순 8경'에 쌍봉사 등 3곳을 추가해 '화순 11경'으로 확정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