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보수성향 인사 "정율성 기념 공산주의 찬양 아니다"

배훈천 전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SNS에 글…양향자 '좋아요'
전날 박은식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 주장에 반박…우파 내 이견

정율성 흉상 (자료사진) 2023.10.13/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광주 지역에서 정율성 흉상 복원 추진 관련 논란이 있는 가운데 한 보수성향 인사가 "정율성 기념은 공산주의 찬양이 아니다. 이러다 보수 재건은 멀어진다"고 지적하는 등 지역 보수인사들 내 이견이 포착된다.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광주시민회의의 배훈천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율성이 중국 공산당원이고 중국 국적을 가졌다는 점이 논란의 출발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사상과 선택은 지금 기준으로 단순히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과 중국은 공동의 적에 맞섰고, 항일운동 중심 무대도 중국인 만큼 중국 공산당 가입은 신념이라기보다 현실적 선택이었다"며 "정율성이 6·25에 참전했다는 점도 논란이고 위문공연을 한 것은 사실이나 전투에 참여한 기록은 없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오히려 전쟁의 참상과 분단의 아픔을 예술로 표현했다. 회고록 '나의 음악과 삶'에서 정율성은 6·25 전쟁을 한민족이 서로 피흘리는 비극으로 규정하고 남북 화해와 통일을 바랐다. 이산가족을 배경으로 작곡한 '두만강'은 중국과 북한에서 금지되고 정치적 박해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군 군가를 작곡하고 전쟁에 참여했다고 '전범'이라는 주장도 맞지 않다. 군가는 모든 군대에 존재하고 그것이 범죄 행위로 간주된 적은 없다"며 "한 예술가의 삶 전체를 특정 장면에 가둬 왜곡하고 적대감만으로 기념 여부를 따지는 태도는 성숙한 시민사회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배 대표는 다시 정율성 흉상 철거를 주장한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를 겨냥해 "이념 갈등에 매몰될수록, 보수의 재건은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배 대표는 과거 호남대안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었다.

배 대표는 "정율성을 기념하는 일은 공산주의 찬양이 아니다. 한민족의 항일 역사와 예술로의 기억이자 국제 정세에 따라 세계 평화 상징으로 재조명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북방정책 일환으로 시작돼 서울올림픽에 그의 부인도 초청하는 등 외교적 맥락으로 이어져왔다"며 "최근 반중 감정에 편승해 이념 대결 수단으로 삼는 것은 유감스럽다. 정율성 논란은 윤석열 정부가 자유주의 기조에서 수구적 이념 프레임으로 전환한 분기점이자 몰락의 단초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과 시민사회가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고 보수 재건을 도모한다면 시대착오적 이념몰이 유혹에서 벗어나 시대에 걸맞은 세련된 자유와 개방, 포용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글에는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도전한 양향자 전 의원이 '좋아요'를 눌렀다.

앞서 호남대안포럼은 광주 남구가 광주중국총영사관의 정율성 흉상 복원 요청을 검토하자 성명을 내고 "북한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고 남침에 참여한 정율성의 악행이 전국에 알려진 만큼 공적 공간에 흉상을 다시 설치해선 안된다. 완전히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