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 같았던 밤"…광주·전남, 하루에만 낙뢰 1642회(종합2보)

200년 빈도 극한 호우…"평생 볼 천둥·번개 다 겪었다"
기상관측장비 오작동에 정전 신고도 빈번

4일 전남 무안군 무안보건소 앞 한 식당이 전날 내린 폭우로 침수돼 사회복지협의회 회원들과 상인들이 가게를 정리하고 있다. 2025.8.4/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이승현 기자 = "대포 소리처럼 천둥이 쾅쾅 치고…건물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3일 밤 광주·전남에 200년에 한 번 내릴법한 기록적인 폭우와 함께 1642회의 낙뢰가 동반되며 시민들은 '공포의 밤'을 지새웠다.

한 치 앞도 분간이 어려운 장대비 속 도심 곳곳에서 관측된 천둥·번개는 공포 그 차제였다.

광주 북구 오치동에 사는 장민서 씨(36)는 "대포처럼 천둥소리가 '쾅쾅' 울렸고 번개가 한 번 칠 때마다 창밖은 하얘졌다. 살면서 보고 들은 천둥·번개 중 가장 강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 위력이면 건물이나 지붕이 무너질까 걱정했다"며 "지난달에도 비가 많이 와 동네 주변이 물에 잠겼는데 이번에도 피해가 클까 봐 걱정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전날 오후 10시쯤 신안교 인근에서 차를 몰았던 신형섭 씨(45)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와이퍼를 아무리 작동해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차들이 비상등을 켜고 주행하지 않았다면 사고가 많았을 것"이라고 지난밤을 떠올렸다.

그는 "잠시 소강상태일 때도 금세 다시 비가 올지 걱정하다 잤다"며 "말 그대로 공포에 질린 밤이었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폭우로 인한 우려가 이어졌다. 양산동에 사는 주부 A 씨는 오전 5시에 '자다 깼는데 아침이 걱정된다'며 '무슨 비가 이렇게까지 오나 싶다. 특히 재난 문자가 계속 울려 너무 무섭다'고 썼다.

신용동에 사는 한 학부모도 '늦게 잤는데 오전 2시에 눈이 떠졌다'며 '평생 듣고 볼 천둥·번개를 다 겪은 것 같다. 거기에 재난문자까지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재난 영화가 아니라 정말 공포영화 수준이었다'고 했다.

번개치는 모습./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하루 사이 낙뢰는 광주 317회, 전남 1325회 등 총 1642회가량 관측됐다.

지난해 8월 광주의 낙뢰 횟수가 255회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만에 한 달 치를 뛰어넘는 낙뢰가 발생한 것이다. 전남에서는 지난해 8월 낙뢰 횟수 6505회의 20% 수준으로 집계됐다.

낙뢰로 인해 기상관측시스템에서 일부 오작동이 발생했다.

광주지방기상청이 관할하고 있는 109개의 기상관측지점 광주 남구와 무안읍, 함평읍의 비공식 기상관측장비(AWS)에서 통신 불안정 현상이 나타났다.

기상청은 낙뢰로 인해 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부품 교체 또는 통신망 업체와 점검을 통해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낙뢰 영향 등으로 차단기가 내려가면서 관측 데이터에 오자료가 나타나 해당 지역의 정확한 강수량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전도 빈번했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광주와 전남에서는 259건의 크고 작은 정전 신고가 한국전력공사에 접수됐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