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회화나무' 청와대 이식 제안에 동구청장 "광주 남아야"

동구청장 "5·18 눈물 지켜봐…기억, 현장성 바탕"

2012년 8월 29일 제15호 태풍 '볼라벤'에 의해 쓰러진 옛 전남도청 앞 회화나무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2012.8.29/뉴스1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옛 전남도청 앞에서 1980년 5월 계엄군의 광주 학살을 지켜봐 '5·18 목격자'로 불리는 회화나무를 청와대로 옮기자는 제안에 임택 광주 동구청장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임 구청장은 1일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이 나무는 1980년 그날 옛 전남도청 앞 시민군 초소 곁에서 민주주의의 피와 눈물을 지켜본 나무의 유전자를 잇는 존재"라며 "기억은 현장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오월의 회화나무는 광주에 남아야 한다"고 했다.

회화나무 후계목을 청와대로 옮기자는 강기정 광주시장의 제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회화나무 이식은 이해중 빛고을초등학교 교사가 지난달 28일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 유공자 표창을 받는 자리에서 강 시장에게 제안하면서 공론화됐다.

이 교사는 "5·18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시민들은 지난해 비상계엄을 저지해 냈다. 이렇게 탄생한 새 정부의 집무실이 다시 들어서는 청와대에 5·18 정신이 담긴 회화나무의 스토리가 담겼으면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사의 제안에 공감한 강 시장은 이튿날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 현장실사 지원을 위해 광주시청을 찾은 허민 국가유산청장에게 제안을 전달했다. 허 청장도 취지에 공감해 살펴보기로 했다. 청와대는 국가유산청이 관리하는 중요 국가유산시설이다.

회화나무는 광주읍성 남문에 처음 심어져 3·1운동과 광주학생독립운동, 5·18민주화운동 등의 현장을 지키다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쓰러져 고사했다.

이후 회화나무 아래서 자라던 묘목을 키워온 한 시민이 고사 소식을 듣고 "'아들 나무'를 기르고 있다"며 후계목으로 기증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 결과 DNA가 일치해 어미 나무와 자식 나무로 공식 인정받았고, 후계목은 2014년 옛 전남도청 앞에 식재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장이 국가유산청장에게 청와대 이식을 제안한 상태"라며 "대통령실까지 전달된 건 아니고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회화나무의 청와대 이식이 가능한지,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