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상징 '회화나무' 청와대 이식"…강기정 시장 제안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을 지켜본 옛 전남도청 앞 '회화나무' 후계목을 청와대로 옮겨심는 방안이 추진된다.

31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동구 5·18 민주광장 내 '회화나무 작은 숲 공원'에 식재된 회화나무를 청와대에 이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화나무 이식은 한 시민이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직접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해중 빛고을초등학교 교사는 지난 28일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 유공자 표창을 받는 자리에서 강 시장에게 회화나무의 청와대 이식을 직접 제안했다.

이 교사는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 동료 교사들과 올해 회화나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오월의 회화나무'를 출간해 교육 콘텐츠로 활용하면서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

이 교사는 "'죽은 자가 산 자를 돕는다'는 한강 작가의 말처럼 5·18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시민들은 지난해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저지해 냈다. 이렇게 탄생한 새 정부의 집무실이 다시 들어서는 청와대에 5·18 정신이 담긴 회화나무의 스토리가 담겼으면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사의 제안에 공감한 강 시장은 이튿날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 현장실사 지원을 위해 광주시청을 찾은 허민 국가유산청장에게 이같은 제안을 전달했다. 허 청장도 취지에 공감해 살펴보기로 했다. 청와대는 국가유산청이 관리하는 중요 국가유산시설이다.

수령이 200년가량 된 옛 전남도청 앞 회화나무는 광주 읍성 남문에 처음 심어져 3·1운동과 광주학생독립운동,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 현장을 모두 지켜봤다.

회화나무는 2012년 태풍 볼라벤에 의해 뿌리째 뽑혀 다시 심어졌으나, 이듬해 결국 고사했다.

이후 회화나무 아래서 자라던 묘목을 키워오던 한 시민이 고사 소식을 듣고 "'아들 나무'를 기르고 있다"며 후계목으로 기증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 결과 DNA가 일치해 어미 나무와 자식 나무로 공식 인정받았고 후계목은 2014년 옛 전남도청 앞에 심었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장이 국가유산청장에게 회화나무 청와대 이식을 제안한 상태"라며 "대통령실까지 전달된 건 아니고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회화나무의 청와대 이식이 가능한지,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