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없는 행정복지센터…민생쿠폰 받으러 '고난의 21계단'

고령자·휠체어 이용자들 "너무 힘들어"
지자체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 이용"

30일 광주 남구 주월1동 행정복지센터 2층에 민생지원 소비쿠폰을 받기 위해 어르신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2025.7.30/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하러 왔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계단을 한 칸 한 칸 오르기 너무 힘들어요."

30일 오후 광주 남구 주월1동행정복지센터. 민생쿠폰 신청을 위해 80대 할머니가 계단 난간을 꼭 붙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이고, 아이고" 하는 소리를 연발하며 2층 민원실까지 21계단을 오르는 데 수 분이 걸렸다.

80대 어머니를 모시고 온 이유미 씨(50·여)도 힘겨움을 토로했다.

이 씨는 "어르신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너무 힘들어하신다"며 "무릎이 안 좋으신 분들은 내려올 때 더 위험하다. 계단에서 마주쳐 서로 비켜주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6월 말 기준 주월1동 인구 2만401명 중 65세 이상 인구는 4598명으로 22.5%에 달한다.

하지만 주월1동행정복지센터의 경우 2002년 사용승인을 받은 오래된 건물이라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계단을 이용해야만 2층에 마련된 민생쿠폰 접수창구서 신청이 가능하다.

이날 민생지원금을 대리신청하러 온 70대 양모 씨는 자신의 불편한 다리를 내보이며 "이 지원금이 약자들에게 도움 되라고 하는 건데 구조 자체가 너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지팡이를 짚은 채 남편과 함께 온 김경순 씨(85·여)도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도 어렵고, 엘리베이터가 없으니까 아들이 직장에서 잠깐 외출하고 함께 왔다"고 말했다.

30일 광주 남구 주월1동 행정복지센터에 90대 어르신이 민생지원 소비쿠폰을 받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2025.7.30/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행정복지센터 측은 접수창구를 2층에 설치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센터 관계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이 오시면 1층에서 기다리시도록 하고 주무관들이 내려가서 접수를 도와드리고 있다"며 "평소에는 1층에서 민원 업무를 처리하지만 이번 소비쿠폰 접수는 특수한 상황으로 2층 공간을 활용하게 됐다"고 양해를 구했다.

현장 실무 주무관은 "하루에 네다섯 번 정도는 거동이 불편한 분이 오셔서 1층에서 민원을 처리한다"고 전했다.

지자체는 보호자가 없는 고령자의 경우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를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남구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및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며 "거주지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로 방문을 요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배영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고령자뿐 아니라 휠체어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경우에는 접근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기초적인 이동권조차 고려하지 않은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