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쓸 틈도 없이 다 떠내려가"…딸기하우스 침수에 망연자실

광주 북구 용강마을 수해…복구도 보상도 막막
"자원봉사 인력 없으면 정리만 한 달 이상"

21일 광주 북구 용강동의 한 딸기집하장에서 수해 피해를 입은 농민이 경운기로 상토 등을 치우고 있다. 2025.7.21/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딸기 심기도 전에 다 떠내려갔습니다. 손 쓸 틈도 없이 잠겨버렸어요."

21일 오전 광주 북구 용강동. 딸기 농사를 짓는 서정원 씨(56)는 침수된 하우스 내부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광주를 할퀸 집중 호우로 서 씨의 비닐하우스 약 3966㎡ 규모가 물에 잠겼다.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였던 하우스 내부는 스티로폼과 상토, 양액 배드 설비가 흙탕물에 파묻힌 채 방치돼 있었다.

특히 피해가 큰 것은 딸기 모종을 심기 위한 특수 재배용 흙 상토였다. 상토는 수분·양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한번 비에 젖으면 균이 생길 수 있어 모두 버려야 한다.

서 씨는 "한 포대에 8000원인데, 필요한 양을 다 합하면 몇천만 원이 넘는다"며 "전부 버려야 하니 부담이 막심하다"고 한숨지었다.

용강동 일대는 중계펌프장이 있지만, 배수 용량이 작아 폭우를 견디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 씨는 "수문도 넘치고 펌프도 멈추면서 역류 현상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작업으로 일일이 하우스 내부 자재를 걷어내고 있는 그는 "정리만 한 달 이상 걸린다. 자원봉사 인력 없이는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딸기 농사는 보통 9월 중하순에 모종을 심은 후 이듬해 6월까지 수확한다. 하지만 이번 피해로 일정을 맞추기는 어려워졌다.

보험도 '유명무실'하다. 서 씨는 "예전엔 상토나 스티로폼도 보상됐지만 이젠 제외됐다고 한다"며 "이번에도 보험료로 180만 원을 냈는데 시설물 외에는 안 된다고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농협 등을 통해 가입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은 기계·시설물 위주로 보장하며 상토·내부 자재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21일 광주 북구 용강동의 한 딸기 집하장에서 군장병들이 집중호우로 피해 본 하우스 내부를 정리하고 있다. 2025.7.21/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영산강 인근 저지대인 용강마을은 최근 도로공사 등으로 배수 성능이 더욱 악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서 씨는 "예전엔 비가 많이 왔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며 "하천 바닥 준설과 펌프 용량 증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씨는 빗물을 머금어 쓰지 못하게 된 상토를 경운기로 퍼내며 "이번엔 액땜이라 생각하겠다"며 묵묵히 일을 이어갔다.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광주와 전남 지역의 누적강수량 광양 백운산 602.5㎜, 담양 봉산 540.5㎜, 광주 527.2㎜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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