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쓸 틈도 없이 다 떠내려가"…딸기하우스 침수에 망연자실
광주 북구 용강마을 수해…복구도 보상도 막막
"자원봉사 인력 없으면 정리만 한 달 이상"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딸기 심기도 전에 다 떠내려갔습니다. 손 쓸 틈도 없이 잠겨버렸어요."
21일 오전 광주 북구 용강동. 딸기 농사를 짓는 서정원 씨(56)는 침수된 하우스 내부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광주를 할퀸 집중 호우로 서 씨의 비닐하우스 약 3966㎡ 규모가 물에 잠겼다.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였던 하우스 내부는 스티로폼과 상토, 양액 배드 설비가 흙탕물에 파묻힌 채 방치돼 있었다.
특히 피해가 큰 것은 딸기 모종을 심기 위한 특수 재배용 흙 상토였다. 상토는 수분·양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한번 비에 젖으면 균이 생길 수 있어 모두 버려야 한다.
서 씨는 "한 포대에 8000원인데, 필요한 양을 다 합하면 몇천만 원이 넘는다"며 "전부 버려야 하니 부담이 막심하다"고 한숨지었다.
용강동 일대는 중계펌프장이 있지만, 배수 용량이 작아 폭우를 견디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 씨는 "수문도 넘치고 펌프도 멈추면서 역류 현상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작업으로 일일이 하우스 내부 자재를 걷어내고 있는 그는 "정리만 한 달 이상 걸린다. 자원봉사 인력 없이는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딸기 농사는 보통 9월 중하순에 모종을 심은 후 이듬해 6월까지 수확한다. 하지만 이번 피해로 일정을 맞추기는 어려워졌다.
보험도 '유명무실'하다. 서 씨는 "예전엔 상토나 스티로폼도 보상됐지만 이젠 제외됐다고 한다"며 "이번에도 보험료로 180만 원을 냈는데 시설물 외에는 안 된다고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농협 등을 통해 가입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은 기계·시설물 위주로 보장하며 상토·내부 자재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영산강 인근 저지대인 용강마을은 최근 도로공사 등으로 배수 성능이 더욱 악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서 씨는 "예전엔 비가 많이 왔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며 "하천 바닥 준설과 펌프 용량 증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씨는 빗물을 머금어 쓰지 못하게 된 상토를 경운기로 퍼내며 "이번엔 액땜이라 생각하겠다"며 묵묵히 일을 이어갔다.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광주와 전남 지역의 누적강수량 광양 백운산 602.5㎜, 담양 봉산 540.5㎜, 광주 527.2㎜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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