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에 밭일하다 숨진 80대 노인…'온열질환자' 미포함, 왜?
곡성 현장서 숨져 응급실 미이송…질병관리청 통계에 미포함
"온열질환 통계 다시 손봐야 사각지대 해소"
- 박지현 기자
(곡성=뉴스1) 박지현 기자 = 뙤약볕에 밭일을 하던 80대 여성이 열사병 증상으로 쓰러져 숨졌지만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10일 전남 곡성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47분쯤 곡성군 한 고사리밭에서 80대 여성 A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 씨 자녀는 A 씨가 밭일을 나간 후 연락이 되지 않자 이웃에게 "현장에 가봐 달라"고 부탁했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 씨는 의식이 없었고 체온은 40도를 웃돌았다.
A 씨를 살핀 의료진은 열사병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사고가 났을 당시 곡성의 낮 12시 기준 체감온도는 32.6도였다.
해당 사례는 A 씨가 응급실을 내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의 온열질환 감시체계에서 제외됐고 온열질환자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곡성군 관계자는 "사망자가 온열질환으로 공식 분류돼야만 군 자체 재난안전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와 보험금 지급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열질환 감시체계는 전국 500여 개 응급의료기관의 신고를 기반으로 한다.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병원에 이송되지 않은 사례는 제외돼 통계와 법·제도 개선에 한계가 있다. 관련 사망자 보상과 예방 대책 마련에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농촌에서는 일하다 쓰러진 후 한참 지나서 발견돼 이미 숨진 경우가 많다"며 "병원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은 소극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온열질환 통계 시스템을 다시 손봐야 한다. 그래야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실질적인 폭염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전남 지역 누적 온열질환자는 전날까지 101명이다. 광주 22명, 전남 79명으로 집계됐다.
war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