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영산호준공기념탑 '전두환 기념판' 철거 추진

5·18기념재단 요청에 "국가기록원·대통령기록관과 논의"

전남 영암 영산호준공기념탑의 전두환 기념판(사진 위). 아래는 1981년 12월 8일 영산강하구언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과 아내 이순자씨.(대한뉴스 제1362호. 재배포 및 DB 금지) 2025.5.23/뉴스1

(영암=뉴스1) 서충섭 기자 = 한국농어촌공사가 전남 영암 영산호준공기념탑에 새겨진 '전두환 기념판' 철거를 추진한다.

8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달 10일 5·18기념재단이 김인중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수신자로 발송한 공문 내용을 토대로 영산호준공기념탑의 전두환 기념판 철거를 추진하고 있다.

영산호준공기념탑은 범람과 염해 방지를 위해 1978년 고건 당시 전남지사 주도로 착공해 1981년 준공된 영산호 완공을 기념해 세워졌다.

전두환은 5·18민주화운동 1년 7개월 만인 1981년 12월 8일 열린 영산강하구언 준공식에 참석해 "우리는 지금 정의로운 민주복지국가를 구현하기 위하여 모든 힘과 마음을 합쳐 건설의 삽질을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가 건설하려는 복지국가를 향하여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고 기념사를 했다.

기념탑의 기념판에도 '이제 대자연에 도전하여 이룩한 오늘의 성공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의 방방곡곡을 화기가 넘치는 복된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 우리 모두 전진의 대열에 힘차게 나설 것을 당부하는 바입니다. 전두환 대통령각하 준공식 치사중에서'라고 기재됐다.

해당 기념판은 2003년 상무대 범종 이후 전남에서 처음 발견된 전두환 관련 시설물이다.

5·18기념재단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7조 2항에 근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두환의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가 취소됨에 따라 기념물 철거를 촉구했다.

내부 논의를 거쳐 철거로 갈피를 잡은 농어촌공사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상 해당 기념판이 '행정박물'로 분류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을 대상으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행정박물을 없애기 위해서는 관계 기관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이견이 없으면 기록물심의를 거쳐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전남 영암 영산호준공기념탑과 영산강 하구둑 모습. 2025.5.22/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전두환은 1997년 4월 17일 대법원 판결을 통해 12·12와 5·18 당시 군사반란과 내란목적 살인죄 혐의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이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인 2020년 남극 세종기지의 전두환 친필 동판이 설치 32년 만에 철거되는가 하면 2020년 제주 신산공원 표지석,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 지난 2월 서울 예술의전당의 전두환 휘호석이 철거되는 등 전국의 전두환 잔재가 치워지고 있다.

광주서는 1982년 전두환 내외가 전남 담양 고서면을 방문한 것을 기념해 세워진 민박 기념비를 1987년 6월 항쟁 이후 시민들이 부셔 망월동 묘역 바닥에 파묻고 오가는 이마다 밟으며 영령들을 추모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