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호 준공기념탑 부착 '전두환 기념판' 철거 요청

5·18기념재단, 관리 주체 한국농어촌공사에 철거 공문
공사 측 "법적 자문 구하고 관련 근거 마련한 뒤 처분"

전남 영암 영산호준공기념탑의 전두환 기념판(사진 위)과 1981년 12월 8일 영산강하구언 준공식에 참석한 당시 전두환 대통령과 아내 이순자씨.(대한뉴스 제1362호. 재배포 및 DB 금지) 2025.5.23/뉴스1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12·12 군사반란과 5·18민주화운동 학살 책임자 전두환의 잔재가 영산강변에서 발견되면서 5·18기념재단이 한국농어촌공사에 철거를 요청했다.

13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10일 한국농어촌공사 김인중 사장을 수신자로 하는 협조 공문을 통해 영암 영산호준공기념탑의 전두환 기념판 철거를 요청했다.

영산호준공기념탑은 범람과 염해 피해 방지를 위해 1978년 고건 당시 전남지사 주도로 착공, 1981년 완공된 영산호 완공을 기념하며 세워졌다.

전두환은 5·18 1년 7개월 만인 1981년 12월 8일 열린 영산강하구언 준공식에 참석했으며, 기념탑의 기념판에는 '이제 대자연에 도전하여 이룩한 오늘의 성공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의 방방곡곡을 화기가 넘치는 복된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 우리 모두 전진의 대열에 힘차게 나설 것을 당부하는 바입니다. 전두환 대통령각하 준공식 치사중에서'라고 적혀 있다.

재단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 7조 2항에 근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두환의 전직대통령으로서의 예우가 취소됨에 따라 기념물 철거를 촉구했다.

전두환은 1997년 4월 17일 대법원 판결을 통해 12·12와 5·18 당시 군사반란과 내란목적 살인죄 혐의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이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인 2020년 남극 세종기지의 전두환 친필 동판이 설치 32년 만에 철거되는가 하면 2020년 제주 신산공원 표지석,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 지난 2월 서울 예술의전당의 전두환 휘호석이 철거되는 등 전국의 전두환 잔재가 치워지고 있다.

광주서는 1982년 전두환 내외가 전남 담양 고서면을 방문한 것을 기념해 세워진 민박기념비를 1987년 6월 항쟁 이후 시민들이 깨부숴 망월동 묘역 바닥에 파묻고 오가는 이마다 밟으며 영령들을 추모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

5·18기념재단의 요청에 농어촌공사 측은 공문을 기념탑 관리 부서인 영산강사업단으로 전달했고 향후 방침이 결정되면 김인중 사장에 전달한다는 입장이다.

즉각 철거에는 난색을 보였다. 농어촌공사는 전국 모든 기관에서 전두환 잔재가 철거되는지 확인되지 않았을뿐더러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역사적 기념물의 철거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5·18재단이 공문을 보낸 뒤 농어촌공사는 "다른 지역의 사례를 검토해 참고한 후 법적 자문을 구한 후 관련 근거를 마련한 뒤 처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임의로 시설물을 변경해도 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현 김인중 농어촌공사 사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출신으로 지난 5월 13일 이주호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을 3주 남겨두고 윤 정권이 보은성 알박기 인사를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