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화재 검댕 성분 분석 무산…주민 피해 입증 '빨간불'
환경 기관·부서 '소관 아니다' 손 놓으며 채취시기 놓쳐
현장 감식에 내부 채취도 시일 걸려…채취 주체도 아직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공장 외부로 확산했던 검댕(분진) 성분 분석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시민 건강 피해와의 역학적 상관관계 입증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가운데 화재 현장 내에 남아 있는 검댕 성분 분석에도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시민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광주 광산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당시 치솟은 검은 연기와 함께 전역으로 퍼진 가루 형태 검댕의 성분 분석이 무산됐다. 광주시 환경 관련 기관과 업무 부서가 '검댕 관련 측정·분석이 소관 아니다'며 손을 놓고 있던 사이 비바람과 비산먼지 청소 등으로 검댕이 사라져 채취 시기를 놓치면서다.
각 기관의 업무 소관 줄다리기 끝에 광산구가 검댕 채취에 나섰지만 확보한 양은 0.0004g에 불과했다. 성분 분석을 위해서는 최소 100g의 검댕 시료가 필요하지만 사실상 채취가 불가능해지면서 분석 자체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검댕은 연료 종류 등에 따라 성분이 달라지는 특성을 지닌다. 이번 화재는 타이어 원료인 생고무 20톤 등이 타면서 각종 유독성 물질이 배출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검댕의 성분 파악이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던 상황이다.
실제 열흘간 진행된 피해 현황 조사에서 두통과 어지럼증 호소 등 인적 피해가 1만 832건에 달했다. 그러나 검댕 성분 분석이 무산되면서 시민들의 이 같은 피해와 화재 간의 역학적 상관관계 입증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산구와 시 보건환경연구원은 뒤늦게 오염도가 가장 큰 현장 내부에 남아 있던 검댕 채취를 계획했지만 이마저도 화재 감식 등으로 오는 20일까진 어려운 상황이다.
광산구 등은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현장 임시 출입과 채취 여부도 논의했지만 붕괴 위험성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고 한다.
게다가 화재 발생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내부 접근이 가능해지더라도 시료 채취 등에 대해선 여전히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무원들이 채취에 나서도 해당 물질이 정확하게 검댕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가 참여해야 하지만 보건환경연구원이나 시 등은 '주체가 아니다'거나 '분석하는 곳'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광산구 관계자는 "현장 감식 완료 후 논의를 통해 내부 검댕 채취와 분석을 추진하고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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