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교무실 유령같은 그림자가…반전의 두 모범생
[사건의재구성]"명문대 진학 위해"…광주 고교생 답안지 유출
악성 코드 심어 교사들 노트북 해킹…교무실 수차례 무단침입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지난 2022년 3월 중순쯤 광주광역시의 한 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늦은 밤, 교무실에 사람들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들은 안전장치도 없이 학교 본관 4층 난간을 손잡이 삼고 건물 외벽의 튀어나온 벽돌을 발판 삼아 암벽등반하듯 4층 교무실로 숨어 들었다.
한 사람은 컴퓨터를 뒤적였고 다른 한 사람은 인기척에 귀 기울이며 망을 봤다. 20여 분 만에 범행을 끝낸 이들은 유유히 교무실을 벗어났다.
이 대담한 범행의 범인은 다름 아닌 해당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학생 2명이었다.
당시 16살이었던 이들은 같은해 3월부터 7월까지 15차례에 걸쳐 교무실과 학교 별관 등에 침입했다. 목적은 교사 10명의 노트북에 불법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
컴퓨터 사용에 능숙했던 A 군은 교사들의 노트북에 악성코드를 심었다. 해당 코드는 노트북 화면을 자동으로 캡처, 비밀 폴더에 중간·기말고사 시험지와 답안지를 차곡차곡 저장했다.
A 군과 B 군이 늦은 밤 교무실로 숨어든 건 이 시험지를 USB에 담아가기 위함이었다.
이들은 이렇게 손에 넣은 시험지와 답안을 커닝페이퍼 등에 담아 중간고사에서 7과목, 기말고사에서 9과목 등 총 16개 과목의 부정시험을 치렀다.
완벽 범죄가 될 뻔했던 이들의 범행은 다른 학생들이 교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커닝페이퍼를 발견하면서 '유례없는 고교 시험지 유출 사건'이 됐다.
두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고 범행 이유를 털어놨다.
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가진 모범생으로 생활했기에 지역사회에 더 큰 충격을 줬다. 학교는 이들을 퇴학조치했고, 수사기관은 A 군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1심 법원은 A 군에게 장기 1년 6개월, 단기 1년형을, B 군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를 하지 않은 B 군은 검사의 미항소로 형이 확정됐고, A 군은 만 19세 성인이 된 지난 7월 다시 항소심 선고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공정한 성적관리 업무가 방해됐고 열심히 노력해 정당한 평가를 받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느끼게 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A 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노트북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교무실에 여러 차례 침입, 수사가 진행되자 증거인멸에 관해 논의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매우 나쁘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범행 당시 소년이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고 판시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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