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환자 방치하고 기저귀 채운 요양병원…"의료법 위반 소지"
기저귀 채우고 산소 공급하고도 "문제없다" 은폐
전문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 조치 없어…법 위반"
- 허단비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보호자 면회가 어려운 틈을 타 낙상사고 환자를 방치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광주 한 요양병원에서 의료법을 위반한 정황이 포착됐다.
11일 의사, 변호사 자문을 토대로 한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북구 I요양병원에서 진료 기록지, 의무기록지 작성 의무 위반, 진료 거부 금지 조항 위반, 의료인과 의료기관장의 의무 위반 등 다수의 의료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A씨(84)는 지난 5월20일 오전 9시20분쯤 요양병원에서 낙상사고를 당했다.
낙상사고 후 말 어눌함, 기억력 감퇴, 후두부 상처와 부풀어오름 등의 증상을 보였지만 요양병원 측은 이를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오전 10시15분쯤 여느 때처럼 어머니와 통화를 하던 딸 B씨가 평소와 달리 어머니의 말이 느리고 힘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병원 측에 어머니 상태 확인을 요청했고 어머니가 혼자 화장실을 가던 중 낙상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요양병원 측은 "화장실 앞에서 쓰러져 이마 쪽을 살짝 긁혔다. 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B씨가 "왜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았냐"고 묻자 "주치의가 회진을 돌고 있어서 피해자 상태를 보고 말씀드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진료기록부 등을 검토한 결과 병원 측 진술과 달리 주치의가 회진을 돌기 전 사고를 인지한 병동에서 신경외과 의사를 호출해 A씨의 진료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진료기록부에는 이 같은 사실을 누락하고 기재하지 않았다. 또한 "이마만 살짝 긁혔다"던 노모가 낙상사고 후 2분간 직원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추가 검사 없이 A씨를 그대로 병실로 옮겼다.
의료법 제66조에 따르면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한 때 자격정지 등의 제재가 있을 수 있다.
이후 A씨의 상태를 확인한 담당 주치의는 B씨에게 "기저성저혈압으로 잠깐 쓰러지신 것 같다. 이마를 살짝 긁힌 정도로 걱정할 것은 아니다"고 재차 말했다.
B씨가 "머리를 다쳤다면 CT 촬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주치의는 "걱정할 정도는 아니니 CT나 다른 검사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 소견에 따르면 낙상 고위험군 환자를 다룰 때와 사고 인지 후에는 적극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평소 A씨는 자녀의 번호를 외워 매일 자녀들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사고 다음 날인 21일에는 도통 전화가 없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B씨가 직접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오늘은 전화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A씨가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점심을 먹었는지, 영양제를 맞았는지 여부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어제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다.
어머니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B씨는 이후 몇 차례 요양병원 측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 상태를 확인했지만 병원 측은 줄곧 "괜찮다"는 답만 했다.
그러다 그날 오후 5시25분쯤 어머니와 B씨와 통화를 하던 중 별안간 A씨의 비명이 들렸고 다급한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고 후유증으로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던 A씨가 추가 낙상사고를 당한 것이다.
2차 사고 이후에도 요양병원 측은 "간호사가 잡고 넘어져서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다.
어머니가 이틀 새 두 차례 쓰러졌고 자녀들 이름과 본인의 이름, 심지어 밥을 먹었는지 여부도 제대로 기억을 못 하자 B씨는 너무 초조했고 X-레이나 CT촬영 등의 검사를 요구했다.
요양병원 측은 "피해자 상태는 괜찮다. CT촬영 기계는 없으니 다음날 보호자가 원하면 인근 병원으로 데리고 가셔서 검사를 받으시라"며 소극적인 자세만 취했다.
심지어 몇 차례 전화가 반복되자 "환자 상태는 계속 확인할테니 병동에서 전화하기 전에는 전화하지 마시라"며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의료법 제4조(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의 의무)와 15조(진료거부 금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료인은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조치를 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 이 역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요양병원 주치의는 경과 기록지에 "후두부 긁힌 상처(scratching wound)가 생기면서 swelling(후두부에 긁힘 상처가 생기면 부풀어 오름)"이라고 기록했지만 이를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사고 이후 의사가 질병의 치료과정을 기록하는 경과 기록지도 누락됐다.
A씨는 평소 보행기를 짚고 복도를 오가며 운동을 하거나 스스로 화장실을 갈 정도의 보행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사고 이후 거동이 불가능해졌고 "이마만 살짝 긁혔다. 괜찮다"던 병원 측은 산소공급 조치와 함께 A씨에게 기저귀를 채워 침대에 눕혀놓았다.
A씨는 사고 전에는 주기적으로 산소 공급을 받지도 않았고 기저귀도 착용하지 않았다. 요양병원 측이 A씨의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결국 B씨는 다음날 오전 11시쯤 어머니를 요양병원에서 데리고 나와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B씨는 코로나19로 면회를 하지 못해 어머니 상태를 이날 처음 확인하게 됐다.
요양병원 측 설명과 달리 어머니는 머리의 상당 부분에 심한 멍과 혹이 나 있었고 제대로 말을 하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병원 검사 결과 오른쪽 고관절과 허리 골절, 척추 11번 내려앉음, 뇌경색이 발견돼 즉시 고관절 수술을 진행했다. 사고 충격으로 뇌를 다쳤지만 며칠동안 이를 방치하면서 시력 감퇴로 이어졌고 A씨는 실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 기록지 등을 검토한 한 의료진은 "낙상고위험군 환자가 이틀 연속 사고를 당했는데 아무 검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의사 판단이 선행되기는 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요양병원 측이 설명한 대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화장실에 스스로 갈 수 있도록 도와야지 기저귀를 채우면서 침상에 머무르게 할 이유가 없었다. 병원 측이 환자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한 정황 같다"고 덧붙였다.
이 의료진은 "진료기록지와 경과기록지 등은 추후 환자 진료를 위한 자료로 쓰이기 때문에 상세히 기록할 의무가 있다. 고의로 누락했는지 여부를 떠나 취사선택해 일부만 기록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원장이자 담당 주치의는 "본인들 주장일 뿐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 병원에서는 특별한 사고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할 말은 없다"며 "80대 파킨슨병 환자가 혼자 화장실에서 쓰러진 걸 검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더 이상 드릴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뉴스1>이 의료법 위반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요양병원에 여러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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