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역 판결' 장병우 법원장 퇴임 "통찰 부족"(종합)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 판결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이 3일 퇴임했다. 장 지법원장은 이날 오전 광주지법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광주=뉴스1) 김호 기자 =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 판결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이 3일 퇴임했다.

광주고등법원장 직무대행을 마치고 취임한 지난 2월 13일 이후 49일만, 지난달 29일 사표를 낸 뒤 5일만에 이뤄진 퇴임이다.

장 법원장은 이날 오전 광주지법 6층 회의실에서 법관,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퇴임식에서 "국민들의 생각과 눈높이에 대한 통찰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며 "정성을 다한다고는 했으나 공감을 받는 데는 실패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 법원장은 "처음에는 저 개인이 비상식적인 사람으로 매도되는 것에 대해서는 몹시 당혹스러웠고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이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하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저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법행정이나 법관의 직무에 전념하는 것이 극히 곤란하다고 판단됐다"며 "법원 구성원의 고충과 가족들의 건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 판결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이 3일 퇴임했다. 이날 오전 광주지법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장 지법원장은

장 법원장은 "어쩌면 과거에 재판을 하면서 어떤 증거나 자료에만 사로잡힌 나머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절실한 호소를 외면한 일이 있어서 그 업보를 받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또 "지혜롭지도, 현명하지도 못했던 저는 떠나지만 여러분은 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의연하게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자긍심을 가꿔달라"고 법관과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장 법원장은 "순천지원 새청사 준공기념으로 2004년에 세워졌다가 파손돼 오랫동안 청사 뒤뜰에 묻혀 있던 '대화'라는 이름의 조각품이 있다. 이를 곧 복원해 '되살린 대화'라고 부를 예정"이라며 "(이 조각품처럼) 법원과 국민의 소통, 신뢰가 하루 빨리 회복되길 소망한다"고 말하며 29년 1개월의 법관 생활을 마쳤다.

장 법원장의 퇴임식은 국민의례, 약력소개, 송별사, 퇴임사, 대법원장 기념품 증정, 공로패 증정, 재직기념패 및 기념패 증정, 꽃다발 증정, 사진 촬영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장 법원장은 광주고법 제1형사부 부장판사 시절인 2010년 1월 내린 허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로 최근 논란이 됐다.

당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254억원, 노역장 일당 5억원을 선고했다. 1심이 내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 노역장 일당 2억5000만원과 비교해 대폭 감형한 것이다.

특히 노역장 일당을 1심의 2배인 5억원으로 정하고 지난달 22일 뉴질랜드에서 귀국한 허 전 회장이 벌금 납부 대신 실제 노역장에 들어가자 '황제 노역'을 내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주 아파트 거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kim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