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도 초광각 디지털 카메라 세계 첫 개발

지스트 출신 송영민 박사, 곤충겹눈 착안
무인비행 로봇용 감시카메라 등 활용

지스트 출신인 미국 일리노이대 박사후과정인 송영민 연구원./사진제공=지스트 © News1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총장 김영준) 출신의 과학자가 곤충 눈의 원리와 형상을 응용해 160도 전방위 촬영이 가능한 디지털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촬영 각도가 넓어 무인비행로봇용 감시카메라와 전방위 물체 감지센서, 초소형 광각 내시경, 보급형 초광각 디지털 카메라 등 다방면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스트는 정보기전공학부에서 지난 2011년 박사학위(지도교수 이용탁)를 받은 송영민 연구원(32·미국 일리노이대 박사후과정)이 제1저자로 주도한 미국 연구팀은 사물이 찍히는 범위가 160도에 달하는 초광각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송 박사의 논문은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 2일자에 게재됐다.

새로 개발된 초광각 카메라는 렌즈와 망막이 하나인 포유류와 달리 홑눈이 모여 있는 곤충의 겹눈 구조에서 착안한 것이다. 곤충의 겹눈은 볼록한 모양으로 가만히 있어도 사방을 볼 수 있는 데다 물체와의 거리에 상관없이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무한 심도(深度)' 기능을 지니고 있다.

연구팀은 곤충 눈 카메라를 개발하기 위해 우선 잡아당기면 늘어나는 형태의 이미지 센서를 만들었다. 이어 이 센서를 고무재질로 된 마이크로렌즈 배열에 부착시킨 후 반구(半球)형 모양으로 변형시켜 곤충의 겹눈 구조와 유사한 카메라를 만들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카메라는 곤충 눈과 구조 및 기능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 160도 이상의 화각을 갖고 있다. 매우 간단한 구성이지만 이미지 왜곡이 발생하지 않아 기존 광각 카메라의 단점도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60도 초광각 디지털 카메라 렌즈./사진제공=지스트 © News1

송 박사는 "각각의 마이크로렌즈가 곤충 겹눈의 홑눈처럼 영상을 촬영하면 이미지센서들이 이 영상들을 모아 실제 모습과 동일한 영상을 만들어내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제작한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영상을 담을 수 있는 각도를 뜻하는 화각은 160도로 나타났다. 일반 카메라의 화각은 44~55도, 광각 카메라는 60~80도 정도이다. 현재 광각렌즈나 180도를 어안렌즈를 활용하면 화각은 넓어지지만 실물 이미지가 어그러지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송 박사는 "새 카메라는 160도 범위 내 모든 물체를 일그러짐 없이 촬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가 물체와의 거리가 멀어지면 초점이 흐려지는 것과 달리 거리에 상관없이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과학계에서는 수십년간 곤충의 눈을 모방한 카메라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됐으나 그간 곤충 눈 구조의 일부를 모방하는 데 그쳐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을 촬영하는 무인 비행기의 감시카메라, 전방위 감지가 가능한 센서, 몸속 상하좌우를 정밀 관찰하는 초소형 내시경, 보급형 초광각 디지털 카메라 등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 디지털카메라에 사용되던 고가의 어안렌즈를 대체할 수 있는 보급형 초광각 디지털카메라 상용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 박사는 "곤충 눈 구조의 렌즈로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제작함으로써 실제 곤충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어떤 형태이며 어떤 특징을 갖는지 밝혀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겹눈가느다란 홑눈이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만 개의 다발로 모여 생긴 눈으로, 복안(複眼)이라고도 한다. 잠자리, 파리, 개미 등 곤충과 가재, 새우등 갑각류 등 절지동물문에 속하는 대부분의 동물에서 볼 수 있다. 겹눈은 일반적으로 140~180도의 화각을 가지며, 물체의 움직임에 민감하고 무한 심도를 갖는다.

▲화각사진술에서 렌즈를 통해 카메라가 이미지를 담을 수 있는 각도를 말한다.

▲심도사진술에서 한 사진의 초점이 맞은 것으로 인식되는 범위이다. 렌즈의 초점은 단 하나의 면에 정해지게 되어 있으나, 실제 사진에서는 초점면을 중심으로 서서히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 충분히 초점이 맞은 것으로 인식되는 범위의 한계를 피사계 심도라 한다. 사진기에서 피사계 심도는 촬상면의 크기, 렌즈의 초점거리, 피사체와 사진기 간의 거리, 조리개 개방 정도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된다.

h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