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실·뒷북 행정으로 업체에 면죄부 준 광주시

박준배 기자© News1

광주지역 건설현장에 '불량 벽돌' 납품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광주시 감사관실의 엉터리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기조사 부실과 뒷북 행정으로 시민 안전은 뒷전인 채 해당 업체에 '면죄부만 준 꼴'이 됐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광주시 감사관실은 지난달 18일 KS 인증을 받지 않은 벽돌이 광주 첨단2지구 등 8개 건설현장과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등에 납품되고 있다는 의혹을 접수했다.

광주의 A벽돌생산업체가 최근 KS 인증을 받지 않은 B공장과 C공장 등에서 생산한 함량 미달의 벽돌을 납품하고 있다는 제보였다.

제보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6기가바이트 분량의 동영상과 사진 자료 등에는 A 업체가 납품계약을 맺은 건설 현장에 KS 인증을 받지 않은 B 공장의 벽돌을 납품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었다.

건설현장과 아파트 세대수 등도 자세히 나왔다. 광주에서만 북구 첨단2지구 3곳과 남구 봉선·주월동 2곳, 광산구 하남2지구·수완지구 3곳 등 8개 건설현장 6700여 세대에 달했다.

당시 북구 종합감사를 벌이고 있던 광주시 감사관실은 북구 건축과에 해당 건설현장의 벽돌 시료를 채취해 조사결과를 공문으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남구와 광산구 등 다른 구에는 이 같은 내용을 통보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실수였다.

의혹이 제기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는 게 첫 번째 원칙이다. 8개 건설 현장을 모두 조사해 사실관계를 판명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북구가 첨단2지구 H 건설 공사현장 1곳만 조사하고 뒤늦게 4일이 지난 후 시 감사관실이 3곳만 조사하면서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기에 시료를 채취한 구청의 샘플은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뒤늦게 채취한 시 감사관실 조사 결과는 적합 판정이 나왔다. 일부 사실로 확인이 됐으나 나머지 현장은 조사조차 하지 않아 행정조치를 할 명분이 없어졌다.

나머지 현장을 다시 확인한다는 것도 무의미해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결국 부적합 벽돌 납품 업체와 건설현장 등에 광주시 감사관실이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진퇴양난을 자초한 셈이다.

광주시가 구체적인 의혹 제기에도 안일하게 대응한 이유는 별일 아니라는 안전불감증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공무원은 "벽돌은 하중을 받는 내력벽이 아니라 칸막이 수준의 비내력벽을 쌓는데 사용한다"며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규정에 미달하는 벽돌 납품 사실이 확인됐으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말은 이 사안을 대하는 행정기관의 인식 수준을 말해준다.

황당한 건 취재 과정에서 북구청과 광주시 감사관실이 압축강도 시험을 의뢰했다고 하자 해당 벽돌업체 모 대표가 한 말이다.

"벽돌의 압축강도는 당연히 나오지 않죠. 그날 벽돌을 찍어내면 굳기도 전에 건설현장에서 가져가는 데 어떻게 압축강도가 나오겠어요?"

최소 일주일 이상 벽돌을 말리는 양생과정 없이 규정에 맞지 않은 벽돌을 곧바로 납품하고 있다는 실토였다. 광주시는 물론 건설 현장 업체의 인식에 이처럼 차이가 없는데 누가 누구를 나무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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