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왜 다른 공장에서 일했나"…천안 폭발사고 유족 진상규명 촉구

대원산업 사고 한 달째 화재 원인 규명 안 돼
필리핀 유족 "같은 사고 반복되지 않게 밝혀달라"

30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서 열린 대원산업 중대재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故 조이 칸토 씨의 유족이 영정 사진을 들고 있다./2026.9.30. ⓒ 뉴스1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형은 대원유지에 등록돼 있는데 왜 대원산업에서 일하고 있었습니까. 사고는 왜 일어났습니까."

지난달 충남 천안 대원산업에서 발생한 폭발·화재 사고로 형 조이 칸토 씨(46·필리핀)를 잃은 동생 렉시발 칸토 씨(40)가 형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거리로 나왔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데다 형이 소속 사업장이 아닌 다른 공장에서 일하게 된 경위도 알고 싶어서다.

30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앞에서는 대원산업 중대재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피해자 가족 지원모임이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이 씨의 아버지 로만 칸토 씨(66)와 동생 렉시발 씨도 참석했다.

렉시발 씨는 "저는 우리 형을 데려가기 위해 한국에 왔다. 하지만 와 보니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많았다"며 "형은 대원유지에 등록돼 있는데 왜 대원산업에서 일하고 있었는지, 사고는 왜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조이 씨는 취업 자격(E-9)으로 2017년부터 국내에서 일해 온 외국인 노동자다.

천안에서 동물성 유지를 생산하는 대원유지 소속이었지만 사업장을 공유하는 대원산업에서도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원산업은 대원유지가 생산한 동물성 유지를 페인트 원료로 가공하는 업체다.

조이 씨는 지난달 28일 대원산업 우지정제타워에서 작업하던 중 발생한 폭발사고로 동료 제스라엘 퀸토 씨와 함께 숨졌다.

당시 사고로 급식실 조리원으로 근무하던 70대 여성도 낙하물에 맞아 숨졌다. 또 다른 필리핀 국적 노동자 1명은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서 열린 대원산업 중대재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故 조이 칸토 씨의 유족이 영정 사진을 들고 있다./2026.9.30. ⓒ 뉴스1 이시우 기자

사고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정확한 폭발·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렉시발 씨는 "우리 형은 꿈이 많았다. 고향에 집을 지어 아버지가 더 이상 일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한국에서 일했다"며 "형은 우리 가족의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여권과 비자 문제로 입국이 늦어진 유족들은 지난 20일 한국에 도착했다. 입국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 한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으며 조이 씨의 시신도 사고 발생 한 달 넘게 천안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

렉시발 씨는 "우리 형을 잃었지만 한국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사고 원인을 밝히고 일하는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대원산업 중대재해 피해자 가족지원모임도 "이번 화재·폭발 사고는 산업현장의 안전관리와 관리·감독 문제를 철저히 살펴야 하는 사안"이라며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조치를 요구했다.

회사 측과 유족 간 협의는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이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 간 차별 없는 배·보상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issue7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