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신비에 한걸음 더…금성 구름 무늬 이해할 단서 찾았다
IBS-미 응용분자진화재단, 미확인 물질 후보 좁힐 조건 제시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옅은 노란색으로 보이는 금성의 구름을 이루는 작은 물방울을 한데 모으면 실제로는 어떤 색일까. 국제 공동연구진이 약 100년 동안 풀리지 않은 금성의 수수께끼에 한 걸음 다가섰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행성대기 그룹 이연주 그룹장(CI)과 미국 응용분자진화재단(FfAME) 얀 스파체크 박사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이 금성 구름방울을 이루는 액체가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얼마나 흡수하는지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확인 흡수물질의 후보 물질을 좁히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가시광선으로 본 금성은 대체로 옅은 노란색이지만 자외선으로 관측하면 상층 구름과 함께 이동하는 밝고 어두운 무늬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햇빛을 흡수해 무늬를 만드는 물질을 추적해왔지만 화학적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동안 철이나 황을 포함한 무기물부터 다양한 유기물까지 여러 후보가 제안됐으나 각 후보가 실제 관측과 부합하는지를 판단할 정량적인 기준이 부족했다.
특히 구름방울과 대기 중 분자는 햇빛을 여러 방향으로 흩뜨려 우주에서 관측한 구름의 밝기만으로는 구름방울 속 액체가 빛을 얼마나 흡수하는지 직접 판단하기 어렵다. 담배 연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작은 연기 입자들은 빛을 효과적으로 산란해 흰색이나 옅은 회색으로 보이지만, 입자를 한데 모으면 검고 끈적한 타르가 남는다.
금성의 구름 입자도 담배 연기 입자와 크기가 비슷하다. 옅은 노란색으로 보이는 금성 구름도 구름방울을 이루는 액체 자체는 예상보다 훨씬 어두울 수 있다.
연구팀은 우주에서 관측한 금성 구름의 밝기를 바탕으로 구름방울이 액체로 모였을 때의 빛 흡수 정도를 역산했다. 그 결과, 금성 구름 액체가 빛을 흡수하는 정도는 365~455nm 범위에서 파장이 길어질수록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375nm에서 흡수계수가 약 1278cm-1에 달했다.
이는 미확인 흡수물질이 빛을 매우 강하게 흡수하는 성질을 지녔거나, 금성 구름방울 속에 매우 높은 농도로 존재해야 관측된 어두운 무늬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빛을 강하게 흡수하는 구조를 가진 '공액 유기분자'를 살펴봤다.
공액 유기분자는 분자 내 전자가 넓게 퍼져 있어 특정 파장의 빛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유기분자를 뜻한다.
후보 물질이 식물의 엽록소나 혈액 속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헴과 같은 포르피리노이드 계열 물질만큼 빛을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분자라면, 금성 구름방울을 이루는 액체 속에 약 10g/L의 농도로 존재해야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
다만 엽록소나 헴은 빛의 흡수 효율을 비교하기 위해 제시한 사례일 뿐, 이들 물질이 금성에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또 이번 연구가 미확인 흡수물질이 유기물이라거나 금성 구름에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파장에 따른 흡수 정도의 변화도 빛 흡수만큼 중요한 단서다. 여러 유기물이 뒤섞인 '타르형 혼합물'은 보통 가시광선의 넓은 영역을 흡수해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보인다. 반면 연구팀의 분석에서는 빛의 파장이 길어질수록 금성 구름 액체가 빛을 흡수하는 정도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미확인 흡수물질이 타르형 혼합물보다 비교적 일정하고 명확한 화학구조를 지닌 물질일 가능성과 부합한다. 기존에 제안된 여러 무기물 후보도 관측 결과를 재현하려면 금성 구름 속에 매우 높은 농도로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유기물과 무기물 후보가 금성 구름과 유사한 고농도 황산 환경에서 어떤 흡수 특성을 나타내고 화학적으로 얼마나 안전하게 유지되는지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면 후보 물질의 범위가 더욱 좁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금성 실측 탐사를 통해 구름 입자 성분과 형광 특성을 현장에서 측정한다면 미확인 후보물질의 정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BS에 따르면, 우주발사체기업 로켓랩의 금성 실측 탐사 계획 '모닝스타'는 복잡한 유기분자를 탐색하고 미확인 흡수물질과 관련된 특성을 측정하는 금성 구름의 화학적 조성을 현장에서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유기분자와 관련될 것으로 예상되는 형광 신호를 금성 구름 입자에서 탐색하도록 설계된 '자가형광 네펠로미터'가 로켓랩의 금성 탐사 임무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 그룹장은 "금성의 구름 입자는 햇빛을 매우 효과적으로 산란하기 때문에 우주에서 관측한 밝기를 실험실에서 측정한 액체의 흡수 특성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며 "빛의 산란과 흡수를 모두 고려해 금성 구름방울의 액체 자체가 빛을 얼마나 강하게 흡수해야 하는지를 정량적으로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제1저자인 얀 스파체크 박사는 "미확인 흡수물질이 복합유기물이라면 관측된 가파른 흡수 스펙트럼은 해당 물질이 비교적 명확한 화학구조를 지니며 고농도 황산에서도 타르형 혼합물로 쉽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이번 결과가 미확인 흡수물질의 후보를 검증하고 그 범위를 좁혀나가는데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아스트로바이올로지'에 온라인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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