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불 피해지 복구사업, '예산 집행' 아닌 '생태적 책임' 현장이 돼야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최근 SBS 보도를 통해 드러난 산불 피해지 복구사업의 부실 실태는 우리 산림 행정과 현장 관리 체계에 뼈아픈 경종을 울리고 있다. 산불이라는 국가적 재난 이후, 상처 입은 국토를 치유하기 위해 투입된 막대한 혈세가 현장의 안일함과 구조적 결함 속에서 낭비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산림기후환경과 임산생명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평생을 산림 현장에서 보내온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산불 피해지 복구는 단순한 '나무 심기'나 '토목 공사'가 아니다. 그것은 기후 위기 시대에 무너진 생태계의 복원력을 회복하고, 산사태 등 2차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적 책무이다. 그러나 보도된 실상은 어떠한가. 현장 대리인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전문 지식이 전무한 인력이 배치돼 부적합한 수종을 심거나 배수 시설을 엉망으로 시공하는 등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공사가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부실화의 근본 원인은 첫째, 산림사업법인의 구조적 영세성과 전문성 부족에 있다. 산림사업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법인이 자격증 대여를 통해 외형만 갖춘 채 수주에 급급하다. 현장 대리인이 여러 공사 현장을 한꺼번에 맡거나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 행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렸다.
전문 지식이 없는 일용직 인력이 주도하는 시공에서 정밀한 생태적 배려나 기술적 완결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 '설계-시공-감리'라는 견제 시스템의 붕괴다. 좁은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된 산림 업계 특성상, 시공사의 잘못을 잡아내야 할 감리가 오히려 동업자 의식에 매몰돼 부실을 묵인하는 유착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봐주기식 감리' 속에서 설계도면은 종잇조각에 불과했으며, 현장 점검은 형식적인 사진 찍기로 전락했다.
셋째, 행정 편의주의적 예산 집행도 문제다. 산불 피해 복구는 긴급성을 요하지만, 회계연도 내 예산을 소진해야 한다는 압박이 무리한 공기 단축을 초래했다. 충분한 지질 조사와 식생 분석 없이 추진된 '속도전'식 복구는 결국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우선 법인 관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기술자 자격증 대여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시장에서 영구 퇴출해야 한다. GPS 기반의 현장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기술 인력의 실제 상주 여부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디지털 행정 체계가 시급하다.
또한, 감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지역 내 유착을 끊기 위해 연고가 없는 타 지역 감리법인을 교차 배치하는 '제3자 감리제'를 전면 도입하고, 부실 감리 시 시공사와 동일한 수준의 법적 책임을 묻는 엄격한 책임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복구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드론을 활용해 피해지의 토양과 지형을 정밀 진단하고, 단순 경제수종 위주의 식재가 아닌 내화수림대 조성과 다층구조 복원을 통해 산불에 강한 숲을 만들어야 한다. 산림사업의 전 과정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사후 관리의 효율성은 물론 현장의 투명성도 자연스럽게 확보될 것이다.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산림의 가치는 '지속가능성'이다. 하지만 부실로 점철된 복구 현장에서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산림사업은 생태계를 다루는 일이기에, 일반 건설 현장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윤리 의식과 기술적 완결성이 요구된다. 이번 SBS 보도를 계기로 산림 행정 전반의 부조리를 도려내고, 산불 피해지가 '세금이 새는 곳'이 아닌 '생명이 다시 피어나는 희망의 현장'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산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자들도 학생들에게 기술뿐만 아니라 국토를 대하는 정직한 자세를 가르치는 데 더욱 힘써야 할 때다.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우리 산림의 미래는 바로 이 정직한 복구 현장에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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