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패권 전쟁의 게임체인저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

(대전=뉴스1) 박찬수 기자 =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기술의 특허전쟁도 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우리기업도 전장의 한복판에 있다. 미국 특허소송에서 가장 많이 피소되는 기업 리스트에는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포함돼 있다. 경쟁사와 NPE의 특허 공격으로부터 치열한 반도체 방어전을 수행 중인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5만 건이 넘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무기삼아, 중국 배터리 경쟁사와 해당 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자동차 기업까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선제적인 공격이 최선의 방어임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이렇듯 치열한 기술패권 전쟁에서 승리 방정식은 복잡하다. 하지만 핵심은 특허라는 무기의 신속한 확보이다. 적기에 확보한 특허는 경쟁사의 시장진입을 초기에 차단하고, 투자 촉진과 사업화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또한 경쟁사의 특허공격에 역으로 소송을 제기해 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예로부터 전쟁에서 무기 보급 속도는 승리의 핵심이었다. 코끼리 군단으로 로마를 뒤흔든 카르타고의 한니발도 '로마 가도'를 통해 무기를 빠르게 지원받은 스키피오 장군을 넘어서지 못했다. 급변하는 기술패권 전쟁에서는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특허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특허 확보 속도가 승리의 핵심이자 전황을 뒤집는 게임체인저인 것이다.

그간 지식재산처는 우리기업의 신속한 특허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일반심사보다 빠르게 3개월 내에 심사결과를 받는 우선심사 대상을 꾸준히 확대하고, 우리 특허가 해외에서도 빨리 등록되도록 특허심사 고속도로(Patent Prosecution Highway, PPH)를 40여 개국과 확대했다. 또한, 인력 부족에 의한 특허심사 지연을 해결하고자 지난 3년간 165명의 민간 퇴직 전문가를 심사관으로 채용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다. 우리 심사관은 유럽의 3.1배, 중국의 1.9배 수준인 1인당 연간 185건의 특허를 심사하고 있으나, 작년 우리 심사 대기기간은 14.7개월로 유럽(5개월), 일본(9.5개월)보다 길다. 심사가 느리다보니, 국내 심사결과가 있어야 활용할 수 있는 PPH도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 2024년 기준 미국, 중국, 유럽, 일본 기업이 우리나라에 신청한 PPH 건수는 총 2565건이나, 반대로 우리기업이 외국에 신청한 건수는 1406건이다.

작년에 도입된 초고속심사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올해는 지원 대상을 기존의 수출기업에서 AI 및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까지 확대해, 더 많은 기업이 1개월 내에 심사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이를 기초로 PPH를 활용하면, 해외특허도 4개월 내에 확보할 수 있다. 우리기업이 국도를 벗어나 전 세계 40여 개국과 연결되는 고속도로를 본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심사 인력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AI, 바이오 등 첨단 분야의 청년인재 등을 포함한 인력을 대폭 증원해 초고속심사와 더불어 일반심사의 속도까지 높이고자 한다.

지식재산처는 앞으로도 우리기업들이 신속하게 특허를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빠른 특허확보가 기술패권 전쟁에서 우리기업의 승리를 부르는 게임체인저가 되기를 기대한다.

pcs42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