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참사 안전공업 공장, 불법증축 휴게실에 소화전도 없었다

대피로도 없이 화재 전파 늦어…"화재경보기, 조작해야 꺼져"
휴게시설 포함 곳곳 증축…대표가 승인·지시

7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와 관련해 23일 경찰과 소방, 고용노동부와 국립과학수사원 등 관계 기관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6.3.23 ⓒ 뉴스1 김기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안전공업 공장 화재는 안전불감증과 안일한 대처 탓에 참사로 이어졌다는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공장 내 불법증축된 휴게시설에는 그나마 갖춰야 할 소방설비조차 없었던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7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화재 희생자 14명 중 9명이 발견된 공장 2~3층 사이 휴게실에는 소화기와 대피유도등이 구비돼 있었으나 소화전과 비상대피로, 완강기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불이 난 공장은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사업장은 아니지만 옥내 소화전 등 설비를 갖추도록 돼 있다. 소화전은 화재경보기와 소화수를 공급하는 밸브, 호스 등으로 구성돼 화재를 초기 진압하거나 대피 시간을 벌 수 있는 '골든타임'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찰은 안전공업 측이 불법증축을 거듭하면서 당연히 갖춰야 할 소방설비를 누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완강기 설치가 필요한 높이인지와 다른 구역에도 소화전이 미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경찰은 휴게실을 포함해 공장 곳곳이 무분별하게 증축된 것으로 보고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최초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는 공장 1층 생산라인도 임의로 복층을 만들어 절삭유 등 가연성 물질을 다량 보관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더해 오일미스트와 작업장에 흥건했던 기름과 슬러지, 분진 등이 겹치면서 1층에서 발생한 불이 폭발적으로 번져 피해를 키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찰은 또 불이 난 공장과 연결된 안전공업 본사 건물에서 화재 경보 시스템을 중앙 제어하고 있고, 불이 났을 당시 누군가 임의적으로 조작해 작동을 멈췄던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하고 있다.

안전공업에 설치된 경보기는 아날로그식으로 별도 로그가 남지 않고 별도로 조작해야 작동을 멈추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통상 화재경보기가 작동했을 때 경보기가 가리키는 화재 지점을 살핀 뒤 작동을 해제해야 하는데, 안전공업은 평소 경보기 작동 중지 방법만 매뉴얼화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당시 경보기가 잠시 울렸다 꺼져 대피가 늦어진 것으로 파악됐는데, 경찰은 경보기가 울리자마자 조치했다는 사무직 직원의 "버튼을 조작했을 뿐 끄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해 진위를 살피고 있다.

조대현 대전청 광역범죄수사대장은 "정상 작동하는 화재경보기가 다른 원인으로 작동이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고, 누군가 임의로 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증축과 관련해서는 "모든 증축은 손주환 대표가 승인 및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혐의 인정과 무관하게 무허가 나트륨 정제 등은 대부분 인정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화재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가 26일 대전시청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사과하고 있다. 2026.3.26 ⓒ 뉴스1 김기태 기자

경찰은 손 대표 등 안전공엽 경영진 3명과 안전관리책임자 2명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대전고용노동청은 손 대표와 안전공업 관계자들을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노동당국은 직원들을 향해 손 대표가 막말을 일삼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위법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안전공업 휴게시설 증축 공사를 맡은 업체도 전날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와 업무용 PC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한편, 이번 참사 수사는 화재 책임에 더해 관할 지자체 등의 관리감독 책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경찰은 현재까지 입건자와 관계자, 참고인 등 총 107명을 조사했는데, 이 중 관리감독 책임 소지가 있는 공무원 12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공업 관계자들 제외한 형사 입건은 없는 상태지만 수사 상황에 따라 피혐의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