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천국의 계단' 채 5분…비만, 운동보다 체중 감량 먼저

최지웅 대전우리병원 척추관절 비수술치료센터 진료부장

최지웅 대전우리병원 척추관절 비수술치료센터 진료부장 /뉴스1

헬스클럽에서 이른바 '천국의 계단'이라 불리는 스텝머신 위에 올라선다. 겨울 동안 늘어난 뱃살을 빼겠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생각과 다르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숨이 가빠지고 다리는 금세 무거워진다. 10분은커녕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무릎과 허리가 먼저 신호를 보낸다. '운동량이 많다니 살은 금방 빠지겠지'라는 기대와 달리, 이러다가는 뱃살보다 무릎과 허리가 먼저 망가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운동 강도를 조금 낮춰 보자는 생각에 러닝머신으로 자리를 옮긴다. 달리기 대신 빠른 속도로 걸어보지만 이번에는 발목이 시큰거리고 무릎 안쪽이 욱신거리기 시작한다. 숨은 여전히 가쁘고 몸은 무겁다. 살을 빼야 건강해질 것 같은데 정작 몸이 아파 운동을 제대로 시작조차 못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시작했다가 무릎 통증이나 허리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다. 특히 이런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를 동반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오히려 관절과 척추에 부담을 주면서 통증을 먼저 유발하는 것이다.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으로 올라가면 걷기나 계단 오르기 같은 일상적인 동작에서도 무릎에는 체중의 3~5배에 해당하는 하중이 반복적으로 전달된다. 여기에 계단 운동이나 달리기처럼 체중 부하가 큰 운동이 더해지면 관절 연골과 인대, 그리고 허리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은 더욱 커진다. 이미 체중 부담이 큰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을 시작하면 연골 손상이나 디스크 변성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BMI가 30 이상인 고도비만 단계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무릎과 허리는 이미 구조적으로 상당한 하중을 받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고강도 운동은 체중 감량을 돕기보다 관절과 척추 손상을 먼저 유발할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통증이 생기면 결국 운동을 중단하게 되고 활동량 감소와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고도비만 단계에서는 운동을 무리하게 시작하기보다 먼저 체중 자체를 줄이는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체중 감량을 돕는 비만 치료 약물이 등장하면서 치료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위고비와 마운자로와 같은 약물은 식욕을 조절하고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약물은 포만감을 높이고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작용을 통해 체중을 서서히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체중이 일정 수준 줄어들면 무릎과 허리에 전달되는 하중이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이후 걷기 운동이나 근력 운동을 보다 안전하게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즉 체중을 먼저 줄여 관절과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낮춘 뒤 단계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전략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다만 약물 치료만으로 체중 감량을 진행할 경우 근육량 감소가 동반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근육은 무릎과 척추를 지지하는 중요한 구조물이기 때문에 체중이 줄어든 이후에는 관절에 부담이 적은 범위에서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비만은 단순히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관절과 척추의 부담, 통증의 빈도, 활동 범위와 삶의 질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강 문제다. 운동을 시작했는데 무릎과 허리가 먼저 아프다면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이럴 때는 무리한 운동을 계속하기보다 체중 관리부터 시작해 몸의 기초를 다진 뒤 단계적으로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 관절과 척추 건강을 지키는 보다 안전한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