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통합 성패는 법안의 깊이…파격적 권한 이양 뼈대 이뤄야”

[인터뷰] “특례 중 일부 빠질 경우 껍데기 통합 전락”
“재정·권한 없는 통합, 시민의 뜻 묻는 주민투표로 가야”

2026.1.7/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대전=뉴스1) 박종명 기자 =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과 충남의 행정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확대나 덩치 키우기가 아니라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고 일군다는 취지”라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충청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지난 7일 뉴스1과 가진 인터뷰에서 통합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통합의 성패는 법안의 깊이에 달려있다”며 “통합시 출범 후 즉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구체적이고 파격적인 사무·권한 이양 조항이 특별법의 뼈대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57개 특례는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가져오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특례 중 일부라도 빠질 경우 통합특별시라는 외형만 있는 껍데기 통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단계는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법적 근거를 완성해야 하는 실행 국면”이라며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속도가 아니라 졸속 추진을 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시장과의 일문일답

-대전·충남 행정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통합의 필요성과 이유는?

▶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 체제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에서 출발했다. 현재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집중돼 있고 500대 기업 본사 77%가 몰려있는 구조로는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없고,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하기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대전과 충남이 통합할 경우 수도권과 경쟁 가능한 초광역 경제권이 형성된다. 대전의 R&D 역량과 충남의 제조 기반이 결합하면 연구-산업-수출로 이어지는 완결형 경제 생태계가 구축된다. 인구 357만 명(전국 3위), 지역내총생산 197조 원(전국 3위), 수출액 972억 달러(전국 2위)로 인구와 경제규모 면에서 비수도권 1위 지방정부의 지위를 갖게 된다.

통합의 본질은 단순한 행정구역 확대나 덩치 키우기가 아니라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일군다는 취지다. 미래를 위한 통합이지 누가 추진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충청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의 결단이 필요하다. 통합이 성공하면 우리 후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도시에서 더 많은 기회를 누리게 될 것이다.

-그 동안 소극적이었던 민주당도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별법에는 어떤 내용들을 담아야 한다고 보는가?

▶특별법의 핵심은 명확하다. 재정·권한·조직이 패키지로 이양되는 실질적이고 강력한 통합이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지방자치는 이름만 자치였지 예산·조직·주요 사업 대부분이 중앙정부 승인과 통제에 묶여 있는 구조다. 이로 인해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신속히 추진하기 어렵고, 글로벌 무대에서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특별법에는 반드시 국세 일부의 안정적 이전, 재정 자율권의 실질적 확대, 광역 단위 자체 사업 결정권이 포함돼야 한다. 산업 정책의 수립, 대규모 투자의 승인, 광역 교통망 구축, 도시계획 및 공간 전략의 결정, 규제 혁파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수적이다.

준(準) 주정부 수준 특별시 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전·충남이 독자적인 경제 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권한 없는 통합은 행정 비용과 혼란만 키우는 실패한 통합이 될 가능성 크기 때문이다. 통합의 성패는 법안의 깊이에 달려 있다. 출범 후 즉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구체적이고 파격적인 사무·권한 이양 조항이 특별법의 뼈대를 이뤄야 한다.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충남도청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있다. 2025.12.24/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국민의힘이 국회에 제출한 특별법안은 257건의 특례가 담겨 있다. 이렇게 많은 특례가 담긴 이유와 특기할 만한 조항은 무엇인가?

▶257개 특례는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가져오는 최소한의 장치다. 산업단지 하나 조성하는 데도, 하천 정비 하나 추진하는 데도 중앙부처 협의로 수년씩 지체되는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 중앙집권적 행정 구조를 끊어내기 위한 근본적 결단이 바로 257개 특례라고 할 수 있다.

핵심은 재정 특례의 확보, 중앙 권한의 실질적 이양, 광역 단위 자율 결정 구조의 구축이다. 연구·산업·교통·환경 정책 등을 중앙의 획일적 기준이 아니라 지역 현실에 맞게 신속히 결정할 수 있어야 기업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특별법 제4장 경제과학수도 조성 특례는 대전의 연구·혁신 역량과 충남의 생산·제조·인프라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다. 외자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조세 감면 권한, 지역 혁신 펀드 조성 권한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조항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257개 특례 중 일부라도 빠질 경우 통합특별시라는 외형만 있고, 실질적 자치와 경쟁력은 없는 껍데기 통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특례들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대전과 충남이 분리된 지 35년 만에 다시 통합하는 것인데 공론화 과정이나 숙의 없이 정치권의 일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지적이 있다.

▶갑자기 급조된 논의가 아니다. 지난 1년여 간 치밀한 준비와 논의를 거쳤다. 20개 대전·충남 시·군·구 순회 설명회와 전문가 포럼, 의회 설명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지방자치법상 주민투표는 행안부장관의 실시 요구와 정부 예산 140억 원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주민 대의기관인 시의회로부터도 찬반 의견 청취가 가능하다. 지난해 대구·경북 통합 의견 수렴 절차로 행안부는 국가 예산 사정을 감안해 의회 의견 청취를 권고한 바 있다.

현재 단계는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법적 근거를 완성해야 하는 실행 국면이다. 다만, 재정·권한 특례가 없는 통합이라면 그때는 시민의 뜻을 묻는 주민투표로 가야 한다. 중요한 점은 무조건적 속도 아니라 졸속 추진을 피하는 것이다. 이미 준비된 논의를 정치 일정으로 미루는 것도 국가적 손실이다. 앞으로 통합이 가져올 변화와 편익이 시민 한 분 한 분의 삶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해 나갈 것이다.

2026.1.7/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특별법이 통과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첫 통합 시장을 선출하게 되는데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보는가?

▶첫 시장은 새로운 행정 체계를 안정적으로 설계하고 안착시키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재정 체계 정비, 권한 배분, 조직 통합 등 고도의 행정 조정을 동시 진행해야 하므로 운영의 안정성과 책임성도 요구된다.

두 지자체 행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내고, 시민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관리 능력과 경험이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통합 특별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실질적 권한과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 이해도와 협상 역량도 필요하다.

지역 간 이해관계 조정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통합적 리더십도 요구된다. 통합시장은 재정·권한·조직을 현장에서 관리할 수 있는 검증된 행정 역량을 갖춘 인물이 맡아야 한다. 대전의 과학기술 역량과 충남의 산업·에너지 기반을 전략적으로 연계해 수도권에 대응하는 성장 구조를 치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시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누가 맡느냐보다, 어떤 시스템을 만드느냐, 사람이 아니라 제도 중심이 되는 통합이어야 한다. 통합 이후 리더십은 특정 인물이나 정치 일정이 아니라 시민 삶과 지역 지속 가능한 발전 기준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향후 통합 논의와 관련된 모든 판단은 시민의 뜻과 제도의 완성도를 최우선에 두고 순리와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이 본격화하며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대책은 무엇인가?

▶대전시는 트램 공사가 본격화하기 이전부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공정 단계에 맞춰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사로 인한 일시적 불편은 불가피하지만 대전 교통 체계를 향후 100년간 바꾸기 위한 과정이자 성장통이라는 점을 시민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시민 불편은 최소화하고, 시민 안전은 최대화해 2028년 개통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민선 8기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남은 임기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은 무엇인가?

▶2026년 대전시정의 가장 큰 방향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는 것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가 어려운 만큼 확장보다 회복과 버팀에 집중하는 해가 될 것이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 대전역세권 개발, 조차장 이전, 6대 전략산업 육성, 대전교도소 이전 등 핵심 현안들은 반드시 완성해야 할 미래 과제다.

2026년은 새 사업을 늘리기보다 이미 시작한 사업들을 흔들림 없이 완주하는 해가 돼야 한다. 그동안 다져온 산업·도시·행정 혁신의 토대 위에 대전이 일류경제도시로 가는 흐름을 확실히 굳히겠다. 병오년 새해, 시민의 일상이 더 안정되고, 대전의 미래는 더 단단해지는 한 해가 되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시정을 이끌겠다.

cmpark6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