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 확산 소나무재선충병 속수무책…5년간 413만 그루 피해

'훈증 더미' 제때 제거안돼…산불 재발화 불쏘시개로 작용
[국감브리핑] 훈증 더미 정보 미반영, 산불 대응 구조적 한계

김인호 산림청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림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하고 있다. 2025.10.2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대전ㆍ충남=뉴스1) 박찬수 기자 = 20일 산림청 국감에서는 속수무책으로 확산하는 데다 산불 재발화의 불쏘시개 원인인 '훈증 더미' 등 소나무재선충과 관련된 지적이 이어졌다.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최근 5년간 전국에서 413만여 그루에 달하고, 방제비만 약 5903억 원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해송·잣나무 등 소나무류에 침입해 수분과 양분의 이동 통로를 막아 고사시키는 병해충이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당진시)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5월까지 피해를 본 나무는 약 413만그루로 올 한해에만 148만6338그루(전체의 35%)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경북(약 186만 그루), 경남(약 90만 그루), 울산(약 35만 그루) 등 영남권에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확산 속도도 심각하다. 최근 5년간 재선충병 발생 건수는 약 4.8배(30만→148만) 늘었으며, 지역별로 보면 대구 24배(3136→7만5758), 충남 16배(326→5331), 광주 12배(280→3432) 등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른 방제 비용 부담도 급증했다. 매년 5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집계된 방제비는 2021년 761억 원, 2022년 680억 원, 2023년 1205억 원, 2024년 1207억 원, 2025년 2051억 원으로, 최근 5년간 총 5903억 원가량의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예산투입에도 불구하고 국산 예방·방제 기술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 사용 중인 재선충병 예방 약제는 전량 외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약제 구입비만 약 578억4982만 원이 소요됐다.

소나무재선충이 국내에 처음 발생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산림청과 농촌진흥청은 국산 예방제·치료제 개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 의원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여전히 외국산 약제에 의존하는 현실”이라면서 “정부와 연구기관이 협력해 국산 방제기술개발과 산림 병 대응 자립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설치된 '훈증 더미'가 제때 제거되지 않아, 산불 재발화의 불쏘시개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제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이 오히려 산불 확산의 뇌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2021년 30만 그루에서 2024년 148만 그루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훈증 더미 설치 규모도 같은 기간 25만 개에서 72만 개로 급증했다.

문 의원이 확인한 결과, 2025년 대형 산불 당시 안동시에는 19만 개, 울주군 산불 지에는 4500개의 훈증더미가 설치되어 있었다.

실제 산불 피해 지역 일부 주민들은 훈증더미에서 불길이 여러 차례 다시 치솟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훈증더미는 제작 후 6개월이 지나면 제거할 수 있지만, 산림청은 이를 방치해 왔다. 2020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전국적으로 제작된 훈증더미는 218만 개에 달한다.

이 중 실제 제거된 것은 37만 개(17%)에 불과하다. 나머지 181만 개는 산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훈증더미와 산불 확산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기초 연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또한 산불 확산 예측에 활용되는 '산불확산시스템'에 훈증 더미 정보를 반영하지 않아, 산불 대응 체계에도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문 의원은 "재선충병 방제와 산불 예방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산림관리'임에도 산림청은 이를 서로 다른 사업으로 쪼개 관리해 왔다"며 "방제를 위해 쌓은 훈증더미가 산불의 연료로 변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정작 그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pcs42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