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 증거 못찾았다"…국제 공동연구팀, '다마 미스터리' 종지부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하실험 연구단이 이끄는 '코사인-100' 국제 공동연구팀이 이탈리아 다마 실험이 포착한 신호가 암흑물질의 증거가 아님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질량과 에너지의 약 27%를 차지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를 찾기 위한 수많은 탐색 연구 중 지난 1998년 이탈리아 그랑사소 지하실험실의 '다마 실험' 연구팀이 신호를 포착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다마 연구팀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면서 암흑물질과 상대 속도가 변해 신호의 세기가 계절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전제하에 암흑물질 후보 입자 '윔프'에 의한 변조 신호를 관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어떤 실험에서도 같은 신호가 재현되지 않으면서 이것이 암흑물질의 결정적 증거인지, 실험적 오류인지에 대한 의문은 세계 물리학계의 오랜 난제로 남았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은 다마 실험을 직접 검증하기 위해 2016년 강원 양양 지하 700m에서 코사인-100 실험을 시작했다.
실험 간 비교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다마 신호를 직접 검증하는 것이 목표였다.
연구진은 2023년까지 6년 넘게 수집한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 다마와의 직접 비교를 위해 에너지 측정 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등 분석 정밀도를 극대화했다.
분석 결과, 코사인-100 실험에서는 다마가 주장한 암흑물질 연간 변조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 분석 신뢰도는 3시그마(99.7%)를 넘겼는데, 이는 결과가 우연일 확률이 1% 미만이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경쟁 연구팀 중 하나인 스페인 아나이스(ANAIS)-112 실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교차검증에 나섰다.
두 팀은 각각의 최신 6년 간의 데이터를 종합해 분석, 다마가 주장한 신호를 4.68시그마라는 압도적 신뢰수준으로 부정했다.
5시그마가 과학계에서 '새로운 발견'으로 인정받는 기준임을 고려할 때, 다마의 신호가 암흑물질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일축한 결과다.
이현수 지하실험 연구단 부단장은 "두 독립적인 실험이 같은 결론에 도달한 이번 공동연구는 완벽한 교차 검증의 성공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영덕 단장은 "국제 협력을 통해 오랜 과학적 논쟁을 종결지은 의미있는 성과이자 한국이 세계 암흑물질 연구를 이끄는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양양에서의 임무를 마친 코사인-100 실험은 현재 정선에 새로 구축된 지하 1000m 깊이의 실험실 예미랩으로 옮겨 성능을 한층 높인 '코사인-100U'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새 검출기에 섬광 수집 효율을 약 45% 향상시키는 신기술을 적용해 기존보다 더 낮은 에너지 영역까지 탐색 범위를 확장하고, 낮은 질량 암흑물질 탐색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계획이다.
연구팀의 단독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교차검증 연구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 승인됐다.
jongseo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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