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간디자인 보호' 디자인강국으로 가는 지름길

(대전ㆍ충남=뉴스1) 목성호 특허청 차장 = 최근 상업시설의 디자인에 있어서는, 단순히 공간을 꾸미는 작업을 넘어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공간에 담고, 사람들이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색적이고 독특한 표현을 나타내는 것이 트렌드다. MZ세대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가는 것이 아니라, 카페의 외관과 인테리어가 주는 분위기를 향유하고,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간다. 이처럼 공간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장소를 체험하게 하고 그 추억을 공유 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카페는 마루바닥, 벽지, 기둥뿐만 아니라 테이블, 의자까지 모두 하얀색으로 통일시켰음에도 모서리부를 굵고 검은 선으로 마감하여 마치 손님이 만화 속에 들어온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이색적인 느낌에 끌려 많은 사람이 만화 세상 속에서 커피를 즐기는 경험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이러한 독특함 덕분에 크리에이터들도 이곳을 방문하여 인기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서울 여의도의 백화점은 5층 전체를 숲을 옮겨다 놓은 것 같은 공간으로 조성하여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2m 높이의 유선형 인공폭포 디자인 워터풀가든은 시그니처로 각인되었다. 혁신적인 공간디자인을 통해 지역의 또 다른 랜드마크가 생긴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공간디자인을 통해 어떤 스토리텔링을 할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를 늘 치열하게 고민한다. 고객의 연령·브랜드·색상·음악·조명·집기 등을 조화롭게 디자인하고, 완벽한 공간 구현을 위해 그 공간에 어울리는 향을 개발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인 공간디자인은 아직까지 법적으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부산 웨이브온, 강릉 테라로사 카페 등 독창성 있는 건축물의 외관과 내부를 모방한 분쟁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그동안 공간 디자인은 디자인권이 아닌 저작권으로 보호되어왔다. 하지만, 디자인권으로도 보호되면 보다 더 두텁게 보호될 수 있다. 디자인권은 권리자의 디자인과 동일·유사한 디자인을 타인이 실시하면 침해가 성립되어 강력한 권리가 부여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은 공간디자인을 디자인권으로 보호하고 있지만, 디자인출원 세계 3위인 우리나라는 디자인강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공간디자인 보호에 뒤쳐져있다. ’24.9.3.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중 디자인포럼에서도 공간디자인 도용으로 인한 피해사례와 보호방안이 논의되었고, 한국에서 이를 디자인권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특허청은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연구를 통해 공간디자인을 디자인권으로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창의적인 작업과 노력의 결과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공간디자이너와 소상공인들에게 보장되기 위해서는 공간디자인을 디자인권으로 보호할 수 있는 두터운 법적보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추진 중이다.
국민들이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독창적인 공간이 늘어날수록 우리 삶도 창의적이고 활기차게 변모할 것이다. 공간디자이너들이 창출한 독창적 공간의 가치를 인정하고, 향유하는 것이 미래의 디자인강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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