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숫자로 풀어본 쌀 이야기
■전용석 농협대전지역본부장
예전 시골에서 누님들이 밥을 지으려 쌀을 씻다 몇 톨이라도 땅에 떨어뜨리면 조부께서 매우 화를 내곤 하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그 시절에는 쌀 한 톨이 귀하고 쌀밥은 부자집의 상징이 되던 시기였다.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대전농협에서는 대전교육청과 함께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아침밥의 소중함을 전하고자 학교 현장에서 '쌀한톨에 키 한톨'이라는 켐페인을 개최하였다.
쌀은 동아시아 쪽에서 기원한 자포니카 쌀과 서아시아 쪽에서 시작된 인디카 쌀이 있다. 실제 쌀 유전자의 분자시계를 분석한 결과 쌀의 역사는 B.C 1만 3천년 전 대한민국 청주라고 알려지고 있다.
농사가 시작된 것은 신석기 시대이지만 벼농사는 청동기 시대에 도입 되었으며 논 농업기술이 발전하면서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생겼다고 한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고 있는 쌀이 생산되려면 농부의 손에 여든 여덟번 손이 간다 하여 쌀을 의미하는 한자어 '米'자가 '八 + 八'에서 유래되었다. 이러한 연유에서 매년 8월 18일은 쌀의 날로 정하여 기념식도 하고 있다.
이처럼 힘들게 여러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쌀 생산량은 평년 425만톤 정도이며 10a당 540kg을 넘어서고 있다. 1980년 냉해피해로 쌀 생산량이 289kg에 불과한 흉작을 기록하였고 1984년에는 큰 수해 피해가 있어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쌀을 지원받은 사실이 있었음을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과거 명절에나 먹던 쌀밥이 오늘날 농업기술의 발달로 생산량이 늘어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 136kg에서 작년엔 61.8kg까지 떨어졌다.
국민 1인당 먹는 양을 공기로 환산해 보면 하루에 1.7공기(175그램)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주식이 쌀이면서도 소비량이 적어진 이유는 생산량이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소비 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다.
쌀의 종류는 재배 지역에 따라 장립종으로 불리는 인디카 쌀과 단립종인 자포니카 쌀로 나뉘어진다. 인디카 쌀은 안남미 또는 날림밥이라고 부르며 낟알이 가늘고 길죽한 형태이다. 찰기와 수분이 적으며 대부분 열대성 기후인 중국 남부, 동남아 및 베트남 등지에서 생산되며 세계 쌀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자포니카 쌀은 낟알의 길이가 통통하며 밥에 윤기가 흐르고 찰진 식감을 주는 특징이 있다. 우리 나라 국민들이 선호하는 품종이며 온대지역인 중국 북부, 한국, 일본,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중해 등지에서 생산된다. 이 품종의 생산량은 나머지 10%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쌀은 우리 민족과 문화로 같이 이어온 세시풍속인데 요즘 계절적 영향으로 차이가 있지만 3월 삼짇날에는 1년 농사의 시작인 못자리를 꾸미고 단오절까지 휴식을 취한 다음 모내기를 시작하였다.
6월 유두까지 김매기를 마치고 7월 칠석을 지나 9월 추석에 햇곡식을 거두어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과정을 거치었다.
양곡을 표시하는 단위로는 석(石)이나 섬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석은 한자식 표현이고 섬이 순수한 우리말이다. 1섬이란 180리터 용기에 담긴 정곡의 무게로 양곡 1섬은 쌀 144kg을 의미한다.
섬의 유래는 장정 1인이 짊어질 수 있는 최대의 용량이며 성인 1인이 연간 소비하는 식량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상과 같이 우리민족과 같이 한 쌀은 국내 곡물자급율이 23%에 불과한 실정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급하는 작목이다. 먹거리로서의 기능 이외에도 안보적 측면과 세계 곡물메이저들의 횡포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안정적인 쌀 수급정책은 필수적이다.
쌀 한 그릇에 정한수를 정성스럽게 준비한 후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순산을, 부인은 남편의 장원급제를 빌었으며 출산 후에는 쌀로 밥을 짓고 미역국을 먹었다.
이처럼 소중하고 기능적으로 우수성이 인정된 쌀농업은 우리 가족의 건강과 통일 농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민족의 마지막 보루이며 끝까지 지켜야할 소중한 자산이라 여겨진다.
pcs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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