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귀농] 딸기 수경재배로 부농꿈 이뤄가는 부부 농군
30년 도시생활 정리·귀농 7년만에 매출 9천만원
시행착오 공부·현장체험으로 극복…이젠 멘토로
- 유승길 기자
(홍성=뉴스1) 유승길 기자 = “귀농은 제 인생의 2막을 열게 했습니다.”
2009년 충남 홍성군의 오지인 공리마을에서 새 삶을 시작한 이영씨(56)와 김미애씨는 동갑내기 부부농군이다.
이들은 30여년의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귀농, 낯선 시골에서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전문농사꾼으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홍성군 갈산면 동산마을 들녘에 위치한 660㎡(2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재배사 3동과 육묘장 1동이 이씨 부부의 소박한 딸기농장.
인근의 농장에 비해 작은 규모지만 이들은 이곳에서 딸기농사 하나로 연 9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성공적인 정착을 이뤄냈다.
20~25% 정도인 경영비를 감안하면 부부 인건비 포함 연 7000여만원을 벌고 있는 셈이다.
이씨부부는 매년 같은 면적에서 토경(땅위에 작물을 키우는 방식)으로 재배되는 딸기 생산량의 1.5배가 넘는 10톤의 고품질 딸기를 생산한다. 딸기는 '서해해풍딸기 작목회' 이름으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출하한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전문 농업인도 쉽게 이루지 못한 일을 귀농 7년 만에 이뤄낸 것은 이씨의 뚝심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노동력과 생산성을 감안한 맞춤형 경영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농업환경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씨가 주목받는 이유는 귀농자로서 짧은 시간에 정착에 성공한 점과 빈틈없는 맞춤형 경영 때문이다.
“딸기농사에 성공하자 시설재배 규모를 확대, 큰돈을 벌어보라는 유혹도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노동력이 절대 부족한 시골에서는 부부의 인력만으로 경영할 수 있는 규모가 적절하죠.”
이씨는 농가 현실과 시장 환경을 고려한 투자와 경영은 귀농을 준비하는 도시인들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과제라고 조언했다.
그는 “딸기 농사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올해부터는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씨 부부가 도시에서의 찌든 삶을 버리고 청정 농산물 생산의 전도사로 탈바꿈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에는 엄청난 땀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숨어 있다.
이씨는 고향인 경북 김천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경기 안산 등지에서 줄곧 회사원으로 살아왔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이씨는 2009년 경기악화를 이기지 못한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다른 회사에 취직할 수도 있었지만 찌든 도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갈망하던 이씨는 언젠가부터 꿈꿔온 귀농을 결심했다.
건강한 땀과 정신적 여유, 매일 쫓기고 부대끼는 도시생활에 힘들어했던 그가 농촌에서 살기로 마음먹은 막연한 이유였다.
이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주변을 정리, 1억원의 종잣돈으로 귀농 준비에 들어갔다. 2009년 4월 혼자 홍성으로 내려온 그가 처음 만난 것은 힘든 농사일이 아니었다.
농사와 시골생활에는 문외한이었던 이씨는 도시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시골생활에 적응할 수 없을 거라며 마음을 열지 않는 이웃들로 가슴앓이를 겪어야 했다.
“농사를 짓겠다고 시골에 온 사람이 쇠스랑과 괭이도 구분하지 못해 주위 사람들에게 놀림을 당했습니다.”
조립식 주택을 짓기 위해 바닥 기초공사를 하던 중 건축업자에게 사기까지 당해 집 짓는 일도 중단됐다. 막막함과 밀려오는 외로움에 안산으로 되돌아갈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과 가산을 정리한 돈으로 이미 살 집도 짓고 있었고 땅도 사버렸던 터라 갈 곳도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인 그는 고민 끝에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이씨는 마을 이장을 찾아가 무턱대고 도움을 요청했다.
낯선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리 없었지만 무작정 찾아가 조르고 일터에까지 찾아가 허드렛일을 돕고 나서자 마침내 돕겠다는 승낙을 받았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살 집도 지었고 논 3300㎡(1000평)을 임대해 딸기재배 하우스 1동을 지었다. 아내도 시골로 내려와 농사짓기에 합류했다
거름을 부리고 딸기 묘를 옮겨 심으면서 뿌듯해 했던 이들 부부는 무지하고 서툰 농사일로 쓴 대가를 치러야 했다.
1500만원을 들여 하우스를 짓고 땀 흘려 딸기를 키웠는데 660㎡(200평)의 하우스에서 손에 쥔 돈은 고작 800만원이었다.
심은 딸기묘가 잎만 무성하고 딸기 꽃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 많은 거름이 문제였다.
이러다간 폐농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가슴을 눌러댔지만 갈 곳 없는 그는 낙심하고 있을 겨를도 없었다.
2010년 5000만원을 들여 660㎡ 규모의 딸기 재배사 2동과 육묘장을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딸기 농사에 뛰어들었지만 이번에는 그해 여름 우리나라에 상륙한 곤파스 태풍에 하우스 1동이 날아가 버렸다.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딸기 농사를 기초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2011년 홍성농업대학 1년 과정의 딸기반에 입학, 체계적인 농법을 차곡차곡 익히고 틈틈이 전문 농가에서 일을 도우면서 현장기술도 익혔다.
홍성군 농업기술센터 신활력딸기연구회에도 가입하고 농사정보를 나누는 등 농사꾼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노력의 결과는 매출 증가로 되돌아왔다. 3개 재배사에서 45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됐으나 현실에 만족할 수 없었던 이씨는 2013년 고설식(高設式) 수경재배로 눈을 돌렸다. 기존 재배사 3동에 6000만원을 투입, 고설식 수경재배 설비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고품질 딸기 재배에 착수했다.
고설식 수경재배는 땅 바닥 1m 위의 독립된 공간에 상토와 양액 공급관을 설치, 딸기 묘를 키우는 농법으로 인력이 적게 들고 수확 등 관리가 편리해 부가가치가 높다.
육묘부터 수확까지 거의 엎드려서 일을 해야 하는 일반 딸기재배와는 달리 모든 작업과정을 서서 한다. 특히 물과 양분, 온도를 인공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원하는 시기에 수확할 수 있고 품질 관리가 쉬워 기존의 토경재배 방식보다 생산량도 2배 가까이 많다.
시설투자비가 660㎡당 3000만원을 웃도는 단점이 있지만 감가삼각비, 인력 감축, 단위면적당 생산성 등을 고려하면 부가가치가 월등하다.
귀농 4년만에 전문농사꾼으로 우뚝 선 이씨는 인근 11명의 딸기 전문가로 구성된 ‘서해 해풍딸기 작목회’에서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또 귀농자멘토링 사업에 멘토로 참여해 농촌생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성공담과 농업신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도 트럭을 끌고 전국을 돌며 신기술을 배운다는 이씨는 “농촌살이가 어렵다지만 연구하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며 “영농기술 영역은 아직도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으니 열정을 갖고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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