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안 냅니다, 끝까지 달릴 겁니다"…'90세 스프린터'의 도전
대구세계마스터즈 국내 최고령 출전자 김명락씨
"1등보다 넘어지지 않고 완주하는 게 중요"
-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1등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게 가장 중요하죠."
2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100m 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명락 씨(90)는 출발선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김 씨는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에 출전한 국내 선수 가운데 최고령이다.
달리기와의 인연은 80년 가까이 이어졌다. 김 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달리기를 시작했고 상주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육상선수로 활동했다"며 "이 나이에 이런 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순위에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는 "안전하게 달리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1등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중간 정도 순위로 들어오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곁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던 둘째 딸 김경옥 씨(50대)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김 씨는 "90세에 100m를 달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으냐"며 "끝까지 도전하는 아버지 모습이 아름답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손자도 함께 응원하러 왔다"며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잠시 뒤 김 씨는 6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바깥쪽 라인에서 출발을 준비했다. 가볍게 발목을 풀고 몸을 움직이던 그는 출발 신호가 울리자 다른 선수들의 뒤를 따라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빠른 질주는 아니었다. 하지만 김 씨는 자신의 속도를 잃지 않았다. 한 걸음씩 트랙을 밟으며 끝내 100m 결승선을 통과했다.
관중석에서는 가족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결승선을 지난 김 씨는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둘째 사위는 다가온 그에게 태극기를 건네며 "고생 너무 많으셨다"고 말했다.
함께 달린 알제리 선수와는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서로의 완주를 축하했다.
숨을 고른 김 씨는 "넘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체력을 조절하면서 달렸다"고 말했다.
고령의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의 답은 담담하게 "가급적 욕심부리지 말고 완주를 목표로 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관중석 한쪽에는 김 씨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가족들이 자리를 지켰다.
가족들은 '아빠의 청춘은 바로 지금, 다시 뛰는 세계의 트랙', '온 가족이 한마음으로 응원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고 90세 노장의 질주를 응원했다.
기록보다 완주가 중요하다고 했던 김 씨는 그렇게 가족들의 박수 속에 100m를 끝까지 달렸다. 90세에도 그의 달리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psyd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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