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꼭지 마를까, 논이 타들까…청도 덮친 '물 부족 공포'
숙박업계는 예약 취소 우려, 농민은 지하수 전기료 부담
운문댐 저수율 26.1% '심각' 단계…지난해보다 40% 낮아
- 이성덕 기자
(청도=뉴스1) 이성덕 기자 = 사흘 동안 급수차 20대가 청도 곳곳을 오가며 60톤의 물을 날랐지만 가뭄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청도의 하루 상수도 사용량은 지난해 여름 평균보다 1500톤이나 늘었다. 급수차로 메우기에는 간극이 너무 컸다.
계획 단수는 주민 반발 속에 일단 보류됐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펜션 업주들은 여름 대목을 통째로 날릴까 애를 태우고, 논밭을 지키려고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농민들은 한 달 수백만원에 달하는 전기료 부담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5일 청도군에 따르면 지난 4일 지역 상수도 사용량은 2만3000톤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8월 하루 평균 사용량인 2만1500톤보다 1500톤 많다. 1.5리터 생수 100만병에 해당하는 물이 하루 만에 더 사용된 셈이다.
청도군 관계자는 "수백 톤 차이도 적지 않은데 1500톤이 늘어난 것은 상당한 수준"이라며 "최근 물 사용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상수도 사용량이 급증하자 청도군은 지대가 높은 각북면 전역과 이서면 일부 지역 3146가구를 대상으로 계획 단수를 예고했다. 그러나 주민과 숙박업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실제 단수는 시행하지 않았다.
특히 여름 성수기를 맞은 펜션 업계의 불안감이 컸다. 단수가 현실화하면 수영장 운영은 물론 예약 취소까지 이어져 휴가철 영업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청도에 펜션을 연 A 씨는 "예약이 대부분 꽉 찼고 여름에는 조립식 수영장을 이용하려는 손님도 많다"며 "물이 끊길까 봐 하루하루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지역의 계획 단수 검토 소식이 알려지면서 펜션 업주들이 청도군에 거세게 항의했다"며 "물을 쓰지 못하면 대목인 휴가철 영업을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계획 단수를 보류한 청도군은 급수차를 동원해 비상 급수에 나섰다. 지난 2일에는 1.5톤 급수차 5대를 두 차례씩 투입해 생활용수 15톤을 공급했다. 3일에는 급수차 8대로 24톤, 4일에는 7대로 21톤을 각각 실어 날랐다.
사흘간 투입된 급수차는 모두 20대, 공급한 생활용수는 60톤이다. 단순 비교하면 사흘 동안 급수차로 공급한 물이 4일 하루 상수도 사용 증가분 1500톤의 4%에 불과하다.
청도군은 상수도 사용량과 물탱크 수위를 지켜본 뒤 물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오는 8~9일 급수차를 다시 투입할 계획이다.
청도군 관계자는 "다행히 당장의 단수 고비는 넘겼지만 당분간 비 예보가 없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필요하면 주말에도 급수차를 다시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생활용수만 부족한 게 아니다. 농업용 저수지마저 바닥을 드러내면서 논밭도 타들어 가고 있다. 평소 저수지 물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작물을 살리기 위해 급히 지하수를 끌어올려 버티고 있다.
그러나 지하수를 퍼 올리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청도군에 따르면 지하수 사용에 필요한 전기료만 한 달에 수백만원에 달하며, 현재로서는 농민들이 이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청도군 관계자는 "농민들은 가뭄으로 지하수를 끌어다 쓰며 발생한 전기료를 군이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직접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가뭄 피해 지역으로 인정하면 관련 예산을 지원받아 농민들을 도울 수 있다"며 "긴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계속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의 판단과는 온도 차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당분간 가뭄을 해소할 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구기상청은 오는 8일 오전 경북 북부와 동해안 일부에 빗방울이 떨어질 수 있지만 경북 내륙에 비가 내릴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내다봤다.
청도에 있는 운문댐도 곳곳에서 바닥을 드러냈다.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운문댐의 저수율은 이날 오후 2시 40분 기준 26.1%에 머물렀다. 가뭄 대응 단계 가운데 가장 높은 '심각' 단계다.
현재 저수율은 지난해 같은 시기 66.6%보다 40.5%p, 2024년의 54.8%보다 28.7%p 각각 낮다.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제1차관은 이날 운문댐을 찾아 가뭄 상황과 용수 공급 대책을 점검했다.
금 차관은 "대구와 경산에 공급하는 물의 일부를 낙동강에서 보내고 있어 당장 생활용수 공급에 큰 문제는 없다"며 "가뭄이 더 심해지면 금호강 비상 공급시설을 가동해 하루 12만톤 이상의 생활용수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syd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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