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끌어오는데 500만원, 그래도 논에 물부터"…타들어가는 청도
가뭄 위기에…농민, 전기료 부담·숙박업소, 단수 우려
- 이성덕 기자
(청도=뉴스1) 이성덕 기자 = "원래는 내일이나 모레쯤 벼가 이삭을 패야 하는데, 물이 없어 제대로 자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5일 오전 경북 청도군 이서면에서 만난 농민 박 모 씨(70대)는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논바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30년째 5000평 규모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박 씨는 "이맘때면 가뭄이 찾아오곤 하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며 "장마철에도 비다운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근에 저수지가 2곳이나 있지만 물이 바닥 나 논으로 끌어다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날부터 지하수를 사용하기로 했지만 물을 끌어 올리는 데 시간이 걸려 아직 논에 물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박씨는 "지하수를 끌어다 쓰면 한 달 전기요금만 400만~500만원이 든다"며 "전기요금을 누가 부담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면에서 '일단 물부터 대라'고 해 우선 지하수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도군도 농업용수 확보와 전기요금 지원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청도군 관계자는 "지하수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은 원칙적으로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상황이 심각해 중앙부처에 지원을 건의하고 있지만, 아직 재난 상황으로 인정되지 않아 별도의 지원 방안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도군이 긴급 지원 방안을 검토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기부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받아 군 차원의 지원에도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가뭄과 물 부족은 농촌뿐 아니라 여름 휴가철을 맞이한 지역 숙박업계에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년 전 청도에 펜션을 연 업주 A 씨는 "휴가철인 7~8월 예약이 대부분 찬 상태"라며 "여름철에는 손님들이 조립식 수영장 이용을 많이 원하는데, 혹시 단수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 사용량 급증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계획 단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펜션 업주들이 청도군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청도군에 따르면 지난 4일 지역 상수도 사용량은 2만 3000톤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8월 하루 평균 사용량인 2만 1500톤보다 1500톤 많다.
청도군 관계자는 "수백 톤 차이도 적지 않은데 1500톤이 늘어난 것은 상당한 수준"이라며 "최근 물 사용량이 확실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당장 단수가 현실화할 경우 펜션 등 숙박업계는 여름 성수기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물이 필요한 벼농사 역시 비가 내릴 때까지 막대한 전기요금을 감수하며 지하수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다.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운문댐의 저수율은 이날 낮 12시 기준 26.1%에 그쳤다. 가뭄 대응 단계는 가장 높은 '심각'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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