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위 이용해 배 채운 지방의원들"…경북경찰 '일감 싹쓸이·땅 투기' 수사
경북 광역·기초 전·현직 의원들 수사 확대
이권 카르텔 전락에 "깊은 배신감" 비판
- 신성훈 기자
(안동=뉴스1) 신성훈 기자 = 경북지역 지방의원들이 직위를 이용해 친인척 명의로 관급공사를 싹쓸이하고, 본인 소유 땅의 규제를 직접 푸는 등 사적 이익을 챙긴 정황이 무더기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5일 경북경찰청과 경향신문 보도 등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의성군을 비롯한 경북 지자체에 관급공사 수의계약 관련 서류와 전자파일 제출을 요구하고 전·현직 지방의원들의 비위 혐의 입증에 나섰다.
경찰 수사 대상에는 수억~수십억 원대 수의계약을 따낸 전·현직 의원 9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규모가 큰 인물은 도기욱 경북도의원(예천)으로, 가족 회사를 통해 139건, 58억 7000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따낸 혐의를 받는다. 도 의원은 "형님이 하는 사업이라 전혀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무용 전 의성군의원은 겸직이나 지분 보유 업체를 통해 100건·25억 3000만 원, 박영서 문경시의원은 153건·24억 9000만 원의 수의계약을 맺어 수사 대상에 올랐다.
황 전 의원은 "답변할 의무가 없다"며 취재를 피했고, 박 시의원은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정리했다"고 해명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차명 업체를 동원한 '꼼수 수주' 정황도 포착됐다.
우충무 경북도의원(영주)은 영주시의원 시절 차명 의심 업체를 통해 194건, 11억 5000만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법을 잘 몰랐다"고 진술했다.
권영준 봉화군의원(31건·10억 8000만 원)과 박창욱 봉화군의원(25건·7억 8000만 원), 김석현 영양군의원(35건·4억 3000만 원) 등도 가족·차명 업체를 통해 수억 원대의 일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오호열 의성군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차명 의심 업체로 49건, 8억 8000만 원의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단속을 피하려 같은 날짜에 계약을 여러 건으로 나누는 '쪼개기' 수법을 동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김동준 의성군의원은 이전에 수의계약 비위로 의원직을 상실하고도, 부인 명의로 회사를 차려 11건, 1억 3000만 원의 수의계약을 따낸 후 재선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무진 의성군의장 6촌 동생의 건설사도 재직 기간 관급공사를 잇따라 수주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방의원들의 사리사욕은 공사 몰아주기에 그치지 않았다. 일부 의원은 초선 시절 사들인 토지를 수년이 지난 후 되팔아 시세차익을 챙기거나, 자신이 농사를 짓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직접 해제하는 안건에 참여하는 '셀프 개발'로 땅값을 올린 정황도 밝혀졌다.
주민 세금을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가 '이권 카르텔 창구'로 전락한데 대해 주민들은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주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줬더니 벼슬을 앞세워 자기 배만 채웠다"며 "위법이 확인된 의원들은 당장 사퇴하고 불법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업체 대표와 전·현직 의원, 담당 공무원 등의 유착 여부와 위법성 등에 대한 수사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상세히 알려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ssh484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