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차 후면서 내린 직후 '쾅'…환경미화원 가까스로 참변 면해

정부 탑승 금지에도 대구서 위험한 작업 관행…한국형 청소차 보급 더뎌
지자체 "대당 지원금 2800만 원으론 부족"…추가 도입 난항

대구 서구 생활폐기물 차량.(대구 서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정부가 환경미화원의 청소차 후면 탑승을 금지했지만, 대구 일부 지역에서는 작업자들이 차량 후면 구조물에 올라타 이동하는 작업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대구 서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쯤 서구 북비산네거리에서 아반떼 승용차가 정차한 서구청 소속 청소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용차 보조석에 타고 있던 20대 여성이 숨지고, 운전자와 뒷좌석에 탑승한 20대 남성 등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승용차에 받친 차는 생활폐기물을 압축·압착하는 청소차로, 차량 후면에 작업바가, 하단에는 폐기물을 투입하는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사고 당시 환경미화원은 청소차 후면의 하단 구조물에 발을 딛고 작업바를 잡은 채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건물 앞에 배출된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잠시 정차한 후 작업자가 차에서 내린 직후 승용차가 추돌해 참변을 면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는 "청소차 후면 발판을 모두 제거했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차체가 높아 보조석을 오르내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환경미화원들이 폐기물 투입부 하단 구조물에 발을 딛고 작업바를 잡은 채 이동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의 한 환경공무원은 "3명이 한 조로 작업하는데 운전자를 제외한 작업자 2명이 보조석에 함께 타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다"며 "업무 효율 문제 때문에 후면 구조물을 이용하는 방식이 현장에서 관행처럼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 관계자는 "관리·감독 책임이 구청에 있지만 실제 작업 관리는 대행업체가 맡고 있다"며 "작업자들에게 차량 후미에 탑승하거나 매달려 이동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20년 6월 새벽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구민운동장역 인근 도로에서 쓰레기 수거차의 후면에 탑승한 50대 환경미화원이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졌다.

이 사고를 계기로 작업자의 후면 탑승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한국형 청소차' 도입 필요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구 수성구가 도입한 한국형 청소차.(대구 수성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수성구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대구 기초지자체 가운데 맨먼저 한국형 청소차를 도입해 현재 4대를 운영 중이며, 서구는 한국형 청소차 1대만 운영하고 있다.

서구 관계자는 "예산 여건이 녹록지 않아 한국형 청소차를 추가 도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2022년부터 한국형 청소차 보급을 위해 해마다 2대씩 신청을 받아 차량 1대당 28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 가격이 1억 5000만 원에 달해 일선 지자체에서는 "보조금이 너무 적다"고 하소연한다.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올해도 추가 도입을 검토했지만 지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아 보류했다"며 "전기 기반 한국형 청소차가 보급되면 도입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승용차의 청소차 추돌사고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환경미화원이 다치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추돌 사고를 낸 승용차 운전자의 음주운전 사실이 확인돼 정확한 사고 경위와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