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700리 거슬러 온 쇠제비갈매기…안동호 '인공섬' 안착까지 14년

낙동강 하구서 밀려난 멸종위기종, 민·관·연 협력으로 번식 성공
공존협의체 "단순 보호 넘어 AI·드론 활용한 과학적 보전 시스템 구축"

안동호 인공섬에서 알을 낳은 암컷 쇠제비갈매기가 수컷이 사냥해온 물고기를 받아먹고 있다.(안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6.5.8/뉴스1

(안동=뉴스1) 신성훈 기자 = "지금 저기 인공섬 테두리에 붙은 아연 강판 보이시죠? 저게 수달이나 너구리 같은 천적 진입을 막는 최후의 방어선입니다. 14년 전엔 맨땅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과학이 생명을 지키는 시대입니다."

지난 6일 안동호 선착장에서 배로 20분을 달려 도착한 쇠제비갈매기 인공섬. 섬 인근에서 만난 안동 쇠제비갈매기 공존협의체 관계자는 수면 위에 뜬 1800㎡ 규모의 인공 모래섬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섬 위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쇠제비갈매기 수십 마리가 분주히 자갈과 모래 사이를 오가며 번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안동호 쇠제비갈메기 인공 서식지 (안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6.5.8/뉴스1

이날 '안동 쇠제비갈매기 공존협의체'는 발족식을 했다. 국립생태원, 안동시, 국립경국대학교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감'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보전 대책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그간의 보호 활동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쇠제비갈매기는 원래 바닷가 모래밭에 살던 도요목 갈매기와 여름 철새로, 낙동강 하구의 서식지가 4대강 사업과 각종 개발로 파괴되자 지난 2013년 생존을 위해 강줄기를 700리 거슬러 내륙 깊숙한 안동호에 올라오는 '역설적 이동'을 선택했다.

낙동강 하구에서 촬영된 마지막 쇠제비갈매기 뒤로 공사장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경남도청 공무원 최종수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6.5.8/뉴스1

당시 쇠제비갈매기들이 안동호 내 자연 모래섬에 자리를 잡았고, 2019년 수위 상승으로 서식지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하자, 안동시와 시민들은 힘을 합쳐 '인공 모래섬'을 조성했고 이 모래섬은 현재 2차례의 확장을 거쳐 총 1800㎡ 규모의 견고한 서식지로 자리 잡았다.

국립경국대학교 바이오생명공학부 관계자는 "단순히 섬을 띄워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드론과 AI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해 개체군의 번식 성공률과 이동 경로를 정밀 분석한다"며 "대학의 연구 인프라와 행정기관의 지원이 결합해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담수호 번식 모델을 표준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관계자는 "안동호 사례는 지역사회가 멸종위기종 보전에 얼마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질적인 거버넌스 사례"라며 "협의체를 통해 서식지 위협 요인을 사전에 관리하고, 장기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쇠제비갈매기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동호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20분간 이동해야 갈 수 있는 쇠제비갈매기 탐조섬 전경 (안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6.5.8/뉴스1

시는 인공섬 인근 탐조 섬에 고성능 망원경과 생태공원을 조성해 관광객들이 새들을 방해하지 않고 관찰할 수 있는 동선을 마련하고, (사)안동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쇠제비갈매기 사랑 시민본부는 모래 보충과 은신처 설치 등 현장 관리에 직접 참여하며 민간 차원의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장에 동행한 안동시 관계자는 "2023년 쇠제비갈매기가 멸종위기종 2급으로 격상된 것은 지난 14년간 안동 시민들이 보여준 헌신의 결과"라며 "공존협의체 출범을 계기로 안동호를 국제적 수준의 생태 거점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안동호 인공섬에 자리 잡은 쇠제비갈매기 한쌍. (안동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6.5.8/뉴스1

1만km 밖 남반구에서 날아온 작은 생명들이 안동호 인공섬 위에서 내뱉는 날카로운 울음소리는 더 이상 갈 곳 없는 새들의 비명이 아닌 사람과 자연이 맺은 14년 약속의 결실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ssh4844@news1.kr